그리움의 맛
어릴 적, 이태원 보광동에서 살던 때가 있었다.
그때 떡볶이는 아마 50원이었을까.
줄 하나가 끝도 없이 길었던 기억이 난다.
하얀 밀가루 떡에, 맑고 빨간 국물.
고춧가루 맛이 확 느껴지던 떡볶이.
지금처럼 조미료 맛이 아니었다.
고추장, 된장도 집에서 직접 담그던 시절이니까.
많이 먹진 못했지만,
그 맛을 잊을 수 없다.
깔끔하고 달달하고, 국물이 많고 따뜻했던.
그런데…
어딜 가도, 그 맛은 다시 만날 수가 없다.
세상은 빠르게 변했고,
맛있는 음식은 넘쳐나고,
손가락 하나면 어떤 음식이든 집 앞까지 배달되는 시대가 됐지만—
그 시절 떡볶이의 맛은
그리운 기억 속에서만 살아 있다.
특별한 재료가 있었던 것도 아닐 텐데.
지금의 입맛과는 분명 다른,
조미료에 길들여지기 전의 그 단순하고 따뜻한 맛.
사실, 그것은 단순한 ‘맛’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건 추억이었고, 정서였고,
무언가를 함께 나누던 시절의 풍경이었다.
이웃과 한 지붕 아래 살아가던 때.
달동네처럼 언덕 위 높은 계단을 오르던 동네.
옹기종기 모여 살던 사람들.
자신을 자랑하지 않아도,
서로 의심하지 않아도,
고만고만한 형편 속에서 나누며 살던 마음들.
그 시절을 문득 떠올리게 한
떡볶이 한 접시.
가끔,
그 맛이 너무도 그리워진다.
“맛보다 더 깊었던 기억.
그 떡볶이는 정서였다.”
“다시 먹을 수 없는 그 맛이,
지금도 마음에 머문다.”
“그 시절, 그 골목, 그 따뜻한 국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