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에 피어나는 흰 연기의 시간
이태원 골목.
어느 날인가, 희뿌연 연기를 뿜는 차가 출몰하면
모든 골목의 아이들은 예고도 없이 모이기 시작했다.
파란색 차, 앞 좌석만 있는
소형 트럭 같은 차량 뒤엔
커다란 연통 같은 게 매달려 있었고,
차가 지나간 자리엔 안개처럼 자욱한 연기가 퍼졌다.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하얗고 두꺼운 연기였다.
도대체 이 연기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뿜는 걸까?
마냥 신기하고 재미있던 그 마술 같은 장면.
하염없이 퍼지는 뭉게구름이
우리들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이윽고 누가 그 차 꽁무니까지 바짝 따라갈 수 있나
내기라도 하듯이 아이들은 신나게 팔을 휘저으며 달렸다.
그 파란색 연기차가
골목마다 신나게 질주하면
그 뒤로는 피리 부는 사나이를 따르듯
아이들이 하나둘 줄을 이었다.
그 장면은 골목마다 펼쳐지는 작은 퍼레이드였다.
그리고…
그 연기엔 묘한 냄새가 섞여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약품 냄새였을 텐데,
그땐 하나도 역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냄새가 퍼지면
뭔가 특별한 일이 시작되는 것 같았고,
우리는 그 속을 아무렇지 않게 뛰어다녔다.
시간이 흘러
신나게 연기를 뿜던 파란색 요술차가
어느 순간 홀연히 사라지면,
아이들 얼굴엔
아쉬움과 즐거움의 표정이 나란히 남곤 했다.
어린 시절 이태원 골목에서 마주한 연기차,
그 기억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우리 마음의 풍경이었다.
특유의 소리, 냄새, 안개 같은 연기 속을 달리던 시간.
그 속엔 우리가 잊지 못할 여름이 있었다.
지금도 그 길을 걷다 보면,
그때의 내 모습이 문득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