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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솜 Dec 26. 2019

5화 어떤 구성과 구도를 택했는 가

덧, 내가 가진 시각과 어떻게 다른가

샤갈의 그림을 좋아한다. '어린애 그림 아니냐' 할 법한 작품인데, 그림을 그리며 샤갈 작품에 마음이 열렸다. 당시 한 노인의 얼굴을 그렸었다. 사진을 베껴 그리지만, 주름 배치를 변형해 가며 작은 창작의 기쁨(?)을 즐기곤 했다. 정형화된 구성, 구도 혹은 비율에서 벗어나 보는 즐거움을 알게 되니, 샤갈이 취한 창의적인 배치가 다시 보였다. 커다랗게 화면을 가로지르는, 말과 사람 얼굴의 곡선. 그 아래 옹기종기 그려진 관람객들. '내가 생각해 낼 수 있을까?' 싶은 과감한 구도, 비율 그리고 색감. 인상파 그림은 특유의 정취가 좋다면, 샤갈 그림은 신선함이 재밌었다.


이제는 새로운 작품을 만나면 구성, 구도 그리고 비율을 본다. 영어 단어로는 같을 정도로 좀 헷갈리는 단어지만, 내 언어로 정리해보면 이렇다.

구성 Composition : 그림에 들어있는 요소들, 각각의 배치.

구도 Compositon : 시선의 위치, 어디를 잘라내었고 어디까지만 그렸나.

비율 Proposion : 작품의 크기, 요소들의 크기



나라면 어떻게 표현했을까

가끔은 '왜 이런 구성, 구도, 비율을 택했지?' 궁금한 작품을 만난다. 오르세 미술관에 있는, 카포의 <춤>도 그중 하나다. "너무 관능적이라 훼손하려는 시도도 있었대." 같이 간 친구가 설명해 주었다. Opera Garnier를 장식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작품은, 1896년 공개되었을 당시 많은 비난을 받았다고 한다.


'춤'을 떠올려 본다면, 카포의 구성, 구도, 비율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는지 생각해보자.


100년이나 지난 지금, '너무 관능적'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지만, 내가 갖는 춤에 대한 이미지와는 달랐다. 김연아 선수나, 센터를 떠맡은 아이돌처럼, 춤을 생각하면 '혼자 아름답게 추는 개인'이 떠오른다. 반면, <춤>의 구성은 다르다. 한껏 신난 남성을 둘러싼 여러 명 무리의 여인, 관람자를 내려다보는 시선, 향락에 취한 듯한 표정 등. 성적인 자극에 노출이 잦지 않은 시대에 살았다면, 단체 환락 같은 모습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이 수치스럽거나 망측스러울 수 있겠다 싶었다. 훼손시키고플 만큼의 생동감. 카포가 취한 구성, 구도 그리고 비율을 통해 전달되는 정취였다. 



어떻게 바라보도록 그렸는가

어떤 감정을 자아내는가. 다르게 질문하면 어떻게 대상을 바라보도록 그렸는가. 작가의 의도를 온전히 알 수는 없겠지만, 관람자 개인이 가진 경험과 살고 있는 사회적 문맥을 통해 '어떻게 바라보게 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오르세 미술관에 전시된 카바넬의 <비너스의 탄생> 쿠르베의 <세상의 기원> 보자언뜻 보면 대조적인 그림이지만, 내겐 비슷한 불편 지점이 보였다. 같이 간 친구와 시각이 달라 빈정(?)이 상하기도 했다.*


글을 읽기 전 본인의 감상을 정리해보자. 먼저 <비너스의 탄생> 어떤 감정을 자아내는가? 구성, 구도, 비율이 어떻게 바라보도록 그려졌는가?


 

“아름답지 않아? 초현실적이기도 하고. 나폴레옹 3세가 구입했었대.”

친구의 말대로 첫인상은 그랬다. 

‘와, 아름답다.’ 


은은하게 빛나는 하얀색과 핑크빛이 감도는 살색. 출렁이는 바다 위의 여인은 미의 이데아(?) 같았다. 하지만 여인이 누운 구도 그리고 표정이 불편했다.

“아름다운데 불편해. 수동적이라고 느껴진달까. 당당한 모습이 아니라 수줍어하고, 나를 보인다가 아니라 보여진 다를 인식하는 구도 같아.”


다음은 <세상의 기원>.


글을 읽기 전에 생각해보자. 이 그림은 어떤 시각으로 그려진 것 같은가? 


처음 보는 사람은 대부분 '헉' 할 그림이다. 나는 성에 대한 이야기가 더 자유롭게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이 그림이 남사스러워서 '헉!' 하지 않았다. 여성의 몸을 그린 구도가 주는 느낌에 '헉!' 했다. 


"파격적이지? 그런데 이런 주제를 이만큼 예술적으로 그릴 수 있다는 작가의 자부심도 있었을 거야."

"구도나 포즈가 거슬려. 무방비해 보이는 자세에 가슴 일부와 성기만 그려진 게, 성욕을 일으키는-더 나아가 분출하는-대상으로만 치부된 거 같아."

"시대적 맥락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잖아. 지금의 시각으로 당시 예술작품을 비난하는 건 무리라고 봐."

"그렇지. 그림 자체를 비난하는 건 아냐. 하지만 지금 이 그림을 전시하고 감상하는 우리는 알고 봐야 한다는 거지."

"그건 각자의 몫이지." 


예술이 줄 수 있는 영향에 대해 다른 관점을 가진 우리는, 합의를 이루긴 어려웠다. 재밌는 것은 쿠르베도 여성의 신체를 신성화하는 기존 미술의 가식성에 도전하기 위해 이를 그렸다. 카바넬 풍의 그림에 나도 불편하기에 쿠르베의 시도도 유의미하다 본다. 그리고 부자연스럽게 매끈하던 음부에 음모를 그려 넣은 시도도 좋았다. 하지만 쿠르베 역시 불편한 구성, 구도를 지니고 있고 이는 다른 예술가의 도전을 기대하게 한다. 


구성, 구도, 비율에서 찾아낸 각자의 감상이 궁금하다. 

어떤 것을 느끼고, 어떻게 바라보도록 그려진 것 같은가? 그게, 여러분의 생각과는 어떻게 다른가? 

 



*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빈정이 상할 것은 없다. 서로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생각이 풍부해 지니까. 아직 토론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나는, 내가 예민한 주제에서 대립하면 공감받지 못했다는 생각에 서운하곤 하다. 조금씩 변해가는 중이다.


Marc Chagall, Two green profile in the circus (마르크 샤갈, 서커스에서 두 개의 녹색 옆얼굴)  

Jean-Baptiste Carpeaux, La Danse (장 바티스트 카포, 춤) @Musée d'Orsay

Alexandre Cabanel, The Birth of Venus (알렉상드르 카바넬, 비너스의 탄생) @Musée d'Orsay

Gustave Courbet  l'Origine du monde (구스타브 쿠르베, 세상의 기원) @Musée d'Or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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