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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솜 Dec 23. 2019

4화 무엇에 집착했나

작가의 키워드는 무엇인가

사람들마다 시기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있다고 믿는다. 나를 예로 들면, 지향점에서는 #좋은공동체, 감정에 있어서는 #우울 #불안이다. 굳이 의식하지 않더라도, 내가 자주 접하는 영화, 음악, 책 그리고 맺는 관계나 경험을 쌓는 부분들이 이 키워드로 자주 엮인다. 이 믿음은 미술 감상에도 적용된다. 물론 유명한 작가들은 키뭐드가 알려져 있기도 하다. 고흐 #해바라기, 모네 #수련, 혹은 뷔페 #광대. 그가 집착했던 대상을 따라가며 그 배경을 추론해 보거나, 그의 키워드를 내 마음대로 재 해석해보곤 한다.  


베르나르 뷔페 전을 가기 전 검색을 통해 그의 키워드가 #광대 임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전시 관람 후 정리한 키워드는  #공허 그리고 우울이었다. <실내 : 앉아있는 남자> 그리고 <와인 한 잔과 여인> 은 전시 초중반쯤 나란히 배치되어 있었다. 초반부터 자화상이나 정물에서도 끈질기게 느껴졌던 은은한 공허와 우울이, 이 두 그림을 만나자 진하고 명료하게 느껴졌다. 자세한 설명도 없는 그림이지만, 내려간 눈썹, 가로지르는 주름, 텅 빈 눈, 창백한 얼굴 등. 특유의 조합들이 내가 갖고 있는 공허 그리고 우울과 공진했다. 그리고 생각이 들었다. '뷔페는 분명 깊이 이 감정을 알았을 것이다.' '대략 70년 전인데도 인간은 같은 인간이구나'




스스로 느껴지는 키워드가 있는 반면, 전시회 자체가 하나의 키워드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여태 내가 접한 전시회는 작가의 다양한 시기별 작품을 들여와, 테마로 묶었었다. 뷔페 전의 경우 자화상, 광대, 에코르셰*, 뉴욕 풍경 등으로 분류했다. 반면 2019 가을, 오르세 미술관은 에드가 드가 작품을 '드가, 오페라에서 (Degas à lOpéra)'로 잡았다.



오페라를 다룬 드가의 작품뿐만 아니라, 관련 무대 미술, 의상, 작가 등을 함께 엮었다. 몇 소절을 틀어주기도 하고, 파리 오페라 하우스 모형도를 전시해 공간적 자극을 함께 주었다. 오페라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상연되는 공간의 구성을 보며 공연을 이루는 장치들을 상상해 보거나, 격한 감정을 담아 부르는 노래를 듣고 있자니 흥미가 생겼다. 소개 구간을 지나자 드가의 작품이 나왔다. 무대에서 공연하는 발레리나뿐만 아니라, 무대 아래서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발코니 석에서 바라보는 관객 등 오페라 구석구석을 그려낸 그의 그림을 보며, 그처럼 나도 오페라를 사랑해야 할 것 같았다. 


특정 주제로 연속되는 작품을 보며 내 안의 작가에게 물어보자. 

'당신은 무엇을 그토록 사랑했나요?'



*에코르셰 Écorché 

근육의 움직임을 연구하기 위해 피부 밑이나 근육의 노출된 상태를 그린 작품을 일컫는 말. 16세기부터 미술가들의 작업실에 구비되어, 미술 해부학 교육에 사용되었다. 

출처 |월간미술 https://monthlyart.com 


관련 그림

Bernard Buffet, Femmn au verre de vin (베르나르 뷔페, 와인 한잔과 여인) https://www.a4b4.co.kr/m/3219

Bernard Buffet, Intérieurs: Homme assi (베르나르 뷔페, 실내 : 앉아있는 남자) http://museebernardbuffet.com/ 

Degas a l'Opéra, @Musée d'Orsay

Palais Garnier(Paris Opera House), reddit.com

Edgar Degas, Musiciens à l'orchestre (에드가 드가, 오케스트라의 음악가들) @Musée d'Or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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