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번 2악장
*2악장 병 : 모든 곡에서 서정적이고 음울한 2악장을 편애하는 증상
이거 2악장은 왜 안치고 넘어가요?
다른 할 곡이 많으니까....
선생님과 나의 실랑이었다.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열심히 쳤지만 반드시 배워야 할 곡은 너무나 많았고 대학입시에서는 느린 곡이 지정곡으로 나오지 않으니 2악장은 항상 뒷전이었다.
연습하다 지치면 레슨의 흔적이 없는 2악장을 나 혼자 분석하고 연습하며 마음을 달랬다. 지금처럼 음반이 흔하거나 유튜브가 없던 시절이었으니 악보는 오롯이 나와 베토벤이 나누는 대화였다.
악보를 받으면 지금은 검색을 해서 파악하겠지만 그때는 그럴 수 없던 시절이었다. 음표 하나, 쉼표 하나, 빠르기말, 용어의 변화로 베토벤을 느꼈다.
베토벤이 흔히들 남성적이고 딱딱하고 엄격한 음악을 한다고 하는데 내가 학생 때부터 느꼈던 베토벤은 사랑이 넘치는 로맨티스트였다. 이렇게 아름다운 멜로디를 만드는데 괴팍하고 사회성이 없다니 이해하기 힘들었다.
사진의 악보는 베토벤 피아노 소타나 1번의 1악장 마지막 부분과 2악장이다. 왼쪽은 연필로 레슨 받은 흔적이 있지만 2악장은 깨끗하다. 대부분 베토벤 소나타 악보는 저렇게 내게 남았다.
저 아름답고 형식미가 완벽한 곡을 32개나 작곡한 베토벤은 어린 내게 존경의 대상이었고, 지휘를 하면서 스코어로 만난 베토벤의 9개의 심포니는 나를 겸손하게 만들었다.
피아노는 다른 악기와 달리 악보가 오른손, 왼손으로 되어 있다. 다른 악기들은 한 줄짜리 악보라 가로로 흘러가며 보게 되는데 피아노는 세로로 보게 된다.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시각적으로 세로로만 악보를 보게 되니 소리가 연결이 되지 않고 프레이즈도 생각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치는 학생들을 많이 보게 된다.
악보는 세로로도 봐야 하지만 연주는 가로로 하는 것, 음표도 중요하지만 쉼표는 더 중요하다는 것을 차근차근 알려주면 소리가 정말 달라진다. 관악기만 숨을 쉬는 것이 아니라 현악기도 피아노도 숨을 쉰다는 것을 알려주고 어디서 숨을 쉬어야 하는지 찾아보게 하며 실제로 호흡을 같이 하면 음악이 드라마틱하게 달라진다.
그렇게 변화하는 학생들을 보면 정말 보람 있다. 대학 입시와 상관없이 2악장을 나는 가르치고 싶다.
얼마 전, 존경하는 작곡가 강종희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번 2악장을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곡으로 편곡한 연주를 보았다. 원곡을 살리며 그 느낌을 뛰어넘은 훌륭한 편곡을 보며 다시 한번 겸손해진다.
원곡은 바렌보임의 젊은 시절 영상으로 첨부한다. 2악장은 4:15 부터 시작한다. 부터 Adagi
https://youtu.be/9oIdtq9E2ZU?t=255
제목 그대로 봄날의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라벤더 밭에 있는 느낌의 강종희 작곡가의 편곡 연주를 첨부한다. 비교해서 감상하면 더 느낌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