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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쌤 May 02. 2019

남자아이 키우기

여자들은 이해할 수 없는 그 어처구니없는 사고 체계에 관하여


'얘가 이렇게 떼를 쓰는데, 네가 해결 좀 해 봐라'.

시간강사 수업을 끝내고 3시 넘어 집에 들어서는데, 친정엄마가 하소연하신다.


당시 초등 1학년인 둘째가 학교에서 대성이네 집에서 놀기로 약속을 했단다.

그런데, 동은 아는데 호수를 모른단다.


같이 가기로 한 성현이가 주소를 알 거라고 해서, 그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성현 엄마는 반색하며 전화를 받는다.

'안 그래도 우리 성현이가 같이 간다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우리 애가 성현이가 동호수를 알 거라고 하던데요? 같이 만나서 가면 되겠네요~'

'성현이는 록이가 안다고 하던데요?'

'..............'


일단 전화를 끊고, 아이에게 차분히 물었다.

'829동에 몇 호야? 기억나?'

'11층이라고 했어요'

'언제 만나기로 했어? (하교를 12:30에 했으니 시간은 이미 많이 흐른 상태)

'이따가 만나기로 했어요!!!'


하.... 해시계도 아니고, ‘이따가’는 뭐라는 것이냐.

11층을 다 두드리고 다닐 수도 없고, 그래도 아이가 약속을 꼭 지켜야 한다고 해서 일단 나서본다.


829동은 불행인지 다행인지 9층까지 밖에 없다.

아이는 약속을 못 지켰다며 짜증이다.

그렇게 중요한 약속인데, 주소도 몰라, 시간도 몰라...


그다음 날,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대성이네 주소는 물어봤냐고 하자,

아니란다. 왜? 대성이가 얘기 안 하니 자기도 안 물어봤단다.

그럼 다음에 어떻게 놀러 가냐고 묻자 엉뚱한 소리만 늘어놓는다.

그 사나이들의 약속은 엄청나게 중요하지만 연속성은 없나 보다.


며칠 후, 같은 동네에서 사는 사촌 새언니를 만났다.

언니의 막내딸은 우리 둘째와 같은 1학년이라 딸은 어떤지 물어보았다.


당시 우리 동네에 롯데월드 키즈 파크가 오픈을 했는데, 여자아이들끼리 ‘다 같이 놀러가자!'고 의견을 모았고, 어린이들끼리 갈 수는 없으니 엄마 핸드폰 번호를 수첩에 각자 적어서 엄마들끼리 카톡으로 얘기하자고 했단다.


저희들끼리는 ‘오후 2시, 구파발역 4번 출구’에서 만나는 걸로 결론을 내고,

그 집 따님은 사촌언니에게 깔끔하게 전달하여 새로 오픈한 키즈 파크에서 즐기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같은 연령대 아이들의 문제 해결 능력이 이렇게 다르다니..


하교 후, 친구를 만나러 놀이터로 나선 둘째 아들.

신이 나서 놀고 집에 왔다.


‘친구는 만났어?’

‘아뇨, 그런데 새 친구 만나서 엄청 신나게 놀았어요!’

‘새 친구는 몇 학년이야, 이름은 뭐야?’

‘몰라요, 어쨌든 재밌었어요.’

‘다음에 이름 물어봐~’


그다음 날, 같은 상황.

‘새 친구 이름 물어봤어?’

‘몰라요. 오늘은 또 다른 새 친구도 놀았는데 걔도 재밌어요’


아들의 새 친구들은 모조리 ‘무명 씨’


성별이 여자인 엄마가 다른 별에서 온 남자아이를 키우려니 이해 안 되는 때도 많고, 어이없을 때도 있지만

그래서 재미도 있고, 속도 터지다가, 웃다가 그런다.


그런데 이거, 뭔가 익숙하다.  


꼭 결혼생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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