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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쌤 Nov 05. 2019

철 지난 영화 리뷰 03. 사랑의 블랙홀

피아노 치는 남자, 그 멋짐 폭발에 대하여

*철 지난 영화 리뷰는 제가 적어도 20회 이상 본 영화를 소재로 합니다.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묘한 매력의 영화들입니다.


빌 머레이 같은 아재가 나오는 영화가 재밌을 리가 없지..라고 시작한 영화는 내 마음을 온통 흔들었다. 내 사춘기는 영화와 음악, 그리고 남동생과 같이 비디오테이프가 늘어지도록 공유하는 추억으로 점철되어 있음을 마흔 넘어서 알게 되었다. 


이 영화는 제 잘난 맛에 사는 별 볼일 없는 기상캐스터가 시골 구석에 성촉절을 취재하러 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성촉절은 마멋이라는 설치류가 겨울잠에서 깨어나 봄이 오는 날을 점치는 축일로 펑추니아 마을의 중요한 축제이다. 이 축제를 취재하기 위해 PD인 앤디 맥도웰과 같이 촬영을 나가는데, 빌 머레이의 오만함과 삐딱함에 여주도 이미 질려버린 상태. 


희망찬 축제에서 기상캐스터인 빌 머레이는 '마멋 대신 알려드릴게요, 봄은 와도 여전히 회색빛으로 어두 울 거예요, 여러분 남은 인생은 내내 회색빛일 겁니다'라는 삐딱한 멘트를 날리고 서둘러 촬영을 종료한다. 


귀가를 서두르지만 폭설로 마을에 갇히게 되고, 다음 날 아침 눈을 뜬 남주는 성촉절 아침에 다시 눈을 뜨게 됨을 알게 된다. 매일 같은 날이 반복되는 일상. 너무 지루한 나머지 동네 여인도 꼬셔보고 식당에서 진상짓도 해보고 은행도 털고 자살기도도 해보지만 매일 같은 날 아침에 눈을 뜨게 된다. 


같은 일상을 반복하던 중 PD 인 여주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고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기왕 반복되는 날들을 의미 있게 살기로 결심한다. 


독서도 열심히 하고 피아노 레슨을 받기 시작한다. 형편없는 피아노 실력도 반복을 거듭하자 마침에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을 능숙하게 연주하게 되고 방송에도 열의를 보이며 삶의 대한 열정을 불태우게 된다. 


이런 따스한 마음을 알게 된 앤디 맥도웰도 빌 머레이에게 마음을 열고 둘은 진정한 사랑에 빠지게 된다.  


진정한 사랑은 드디어 새 날을 맞이하게 한다. 반복되던 날들은 지나가고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며 영화가 마무리된다.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고 괴롭지만 우리는 그럼에도 하루를, 한 달을, 일 년을 살아내야 하는 사람임을 깨닫게 해주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영화!


*소개하는 음악은 라흐마니노프가 작곡한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입니다. 

영화 속에서 빌 머레이가 이 곡만 죽도록 연습하여 결국은 연주에 성공하는 장면은 너무 감동입니다. (사실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요)


15분 08초 부터 보시면 영화 속 주제가 연주됩니다. 


이 피아니스트는 1998년생인 다니엘 하리토노프입니다. 

외모가 연주자의 역량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것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https://youtu.be/lcNf6YRM6M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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