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h: 샤콘느, Partita No 2 in d minor, BWV
*2악장 병 : 모든 곡에서 서정적이고 음울한 2악장을 편애하는 증상
제가 이 병의 명칭을 고민하고 만든 것은 아닙니다. 제가 2악장, 분위기가 2악장 스러운 곡을 좋아하다 보니 병명이 자연스레 나왔는데, 이 병을 앓고 계신 분들이 많아서 너무 신기합니다.
특히, 피아노 많이 치신 분들은 공감하실 텐데, 피아노 소나타 레슨을 받으면 느린 2악장은 선생님들이 거의 넘겨 벼리십니다. 사실 느리고 호흡이 긴 음악일수록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데, 성격 급한 한국적 특징인 듯합니다. 그래서 2악장은 선생님의 도움 없이 마니아들은 혼자서 공부하기도 하죠.
나뭇잎의 색이 점점 가을빛을 띠고 하늘은 푸르고 높은 이 계절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곡을 소개합니다.
바흐의 샤콘느, 파르티타 2번 중 다섯 번째 곡입니다.
바흐의 파르티타는 알라망드, 쿠랑트, 사라방드, 지그, 샤콘느의 다섯 곡으로 되어있습니다 이 다섯 개의 곡들은 모두 춤 곡인데, 샤콘느는 아주 느린 3박자의 춤곡.
이 중에서 다섯 번째 곡인 샤콘느가 많은 연주자와 청중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흔한 피아노 반주 없이, 저음을 담당하는 현악기도 없이 바이올린 한 대로 꽉 들어찬 화성을 들려주는 곡입니다.
바흐의 친필 악보를 보시면 이 곡에서 얼마나 많은 더블 스탑(두 음을 손가락으로 짚어 거의 동시에 소리를 내는 것, 보통 개방현에 더블 스탑을 얹어 3, 4 개의 음이 거의 동시에 들리도록 연주한다. 손가락에 쥐가 난다) 이 보이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연주자의 눈물과 고통으로 한 대의 바이올린만으로도 충만한 음악을 만들어 내는 것!
이 곡은 워낙 유명한 음반이 많고 손에 꼽는 연주자들의 수많은 연주가 있지만, 한국 연주자 음악으로 소개해드립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연주인데, 성당에서 녹음을 해서 그런지 분위기가 좋네요.
이 샤콘느를 '부조니'가 편곡한 피아노 곡 또한 아주 아름답습니다. 단순한 편곡이 아니라 피아노에 가장 어울리게 원곡을 해석해서 만든 곡이라 새로운 느낌으로 비교해서 들어보세요. 피아니스트 임동혁의 연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