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zart Concerto for Flute & Harp KV 299
*2악장 병 : 모든 곡에서 서정적이고 음울한 2악장을 편애하는 증상
나의 아빠는 내가 어릴 때 해외근무를 오래 하셨다. 중간중간 들어오기는 하셨지만 항상 아빠를 그리워하며 아빠가 쓰던 수건을 안고 울면서 잠든 날이 많았다. 아빠는 내가 10살이 되던 해에 서울로 들어오셨는데, 아빠가 집에 들어오시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짐을 옮겨주시는 분들에게 조심해서 옮기라고 계속해서 신신당부를 하며 우리 집에 제일 먼저 입장을 한 것은 QUAD 앰프와 스피커, 턴테이블이었다. 그렇게 신생아 다루듯 조심스레 들여온 물건이 오디오라니..
내가 음악을 좋아하게 된 것은 아빠의 영향이 크다. 아빠가 저녁마다 주말마다 곱게 LP판을 꺼내서 조심조심 턴테이블에 올려 들려주는 음악은 너무 좋았다.
손을 깨끗이 씻고 종이 커버에서 비닐 커버를 꺼내고 비닐 커버 안에서 조심조심 귀한 판을 꺼내면 나는 플라스틱 냄새. 그 냄새를 맡으며 판을 조심조심 턴테이블에 올리고 다시 섬세하게 바늘을 올리면 두 세 바퀴 돈 후에야 비로소 들을 수 있는 음악. 그 모든 과정이 다 좋았다.
복잡한 교향곡보다는 독주곡을 좋아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협주곡도 좋아하게 되었고 중학생이 되니 LP를 사서 만지고 턴테이블에 올려 들을 수 있게 허락해 주셨다.
한창 플루트 소리에 빠져 이런저런 음악을 들으며 턴테이블에 그 당시 유행하던 James Glaway의 소품을 얹어 나도 같이 플루트를 불며 거장과 같이 연주하는 착각에 빠졌던 시절.
그러다 아빠의 컬렉션 중에 얻어걸린 모차르트의 플루트와 하프 협주곡 2악장.
보통의 2악장과는 달리 Major의 음악이지만 그 느낌이 굉장히 서늘하고 차분하여 2악장의 정서와 너무나 잘 맞는다.
제임스 골웨이의 화려하고 살짝 질리는 음색과는 다른 모차르트의 의도에 충실한 연주. 안타깝게 연주자가 생각이 나지 않다가 최근에 다시 듣게 된 Emmanuel Pahud의 flute과 Marie-Pierre Langlamet의 harp로 들은 이 곡은 나를 중학생으로 돌아가게 했다. (그때 듣던 연주자는 아니지만 느낌이 상당히 비슷하다)
엠마뉴엘 파위는 22살에 베를린 필하모닉 플루트 수석으로 입단한 놀라운 연주 실력의 소유자.
안정된 호흡으로 깨끗한 음정을 내며 큰 비브라토 없이 고전주의 음악에 충실한 깔끔한 해석을 보인다.
하프의 아르페지오와 함께 하는 부분에 이르면 중년 여인은 30년 전 중학생 소녀와 그 시절로 조우한다.
2악장은 10:23"에서 시작합니다. 광고를 참아주세요.
엠마뉴엘 파위의 연주 모습을 보시면 마음이 정화됩니다.
*2악장만 듣기 전용은 이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