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ieg, Peer Gynt Suites No.1, 2
작년에 근무하던 초등학교의 오케스트라 연주곡 중 하나였던 페르귄트 모음곡 1번.
초등 4학년 음악 교과서에 감상곡으로 수록되었는데, 그 어린아이들이 이 곡의 멜로디와 이야기를 너무 좋아했습니다.
좋은 멜로디와 이야기는 나이와 세대를 뛰어넘는 매력이 있지요.
그런데, 이 모음곡의 2번에 나오는 솔베이그의 노래를 집중해서 듣고 그 이야기를 듣자, 4학년 여학생의 원성이 쏟아집니다.
'왜 늙도록 기다려요?', '다른 남자 만나지 왜 기다려요?'
아이들도 이해하기 힘든 사랑이었나 봅니다.
<페르귄트 모음곡 이야기>
노르웨이의 유명한 극작가 헨릭 입센의 작품에 그리그가 음악을 만들어 음악극을 만들었음. 이 음악극은 약 90분 정도의 분량인데, 그리그가 성악 부분, 대사 등을 걷어내고 짧게 만든 것이 지금의 페르귄트 모음곡이다.
페르귄트는 부농의 외아들로 태어났지만 아버지가 방탕한 생활로 전재산을 탕진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어머니와 가난한 생활을 하며. 그럼에도 자신은 잘 될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갖고 마음대로 인생을 산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고향에 약혼녀를 두고 세계를 돌아다니는 페르귄트. (차라리 파혼을 하고 돌아다니든지)
모험을 찾아 떠나는 페르귄트는 여염집 신부를 결혼식 날 납치해 산으로 데리고 갔다 싫증이 나자 그 신부를 버리고 험준한 산으로 올라가 버린다. 그곳에서 산왕의 딸과 사랑을 약속하지만 몰래 도망을 친다. 고향에서 함께 자란 솔베이그와 사랑에 빠져 약혼을 하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페르귄트는 다시 먼바다로 떠난다. 아프리카의 추장이 딸인 아니트라가 유혹하자 또 마음이 흔들리기도 하며 온 세상을 지 맘대로 돌아다니다 늙고 비참한 모습으로 마침내 고향에 돌아온다.
머리가 하얗게 센 솔베이지의 품에서 페르귄트는 생을 마친다는 속 터지고 고구마 먹이는 이야기가 페르귄트 모음곡의 내용. 예나 지금이나 나쁜 놈들 하는 짓은 동서양의 구분이 없다는 것을 확인.
아이들도 이 모험을 즐거워하다 결론에 이르러 다 같이 어이 없어 해서 참 즐거운 음악 수업이었습니다.
작년에 오케스트라 연습을 시키면서 아이들이 표현하기 제일 어려워했던 '아니트라의 춤'은 아라비아 추장의 딸 아니트라가 페르귄트를 유혹하는 내용인데....
바이올린의 피치카토와 아르코 둘 다 가볍고 날아가듯 표현해야 하고, 중반은 버드나무 꺾어지듯 허리를 뒤로 젖히며 하늘하늘 살짝 느끼한 표현을 해야 하는데 이걸 말로 설명해봐야 아이들이 이해하기 힘들 거 같아 발레를 보여주며 설명하니 아이들의 표현이 좀 섬세해졌지요.
유명한 페르귄트 모음곡 1번의 첫 번째 곡 'Mornig Mood'를 지하철에서 플래시 몹으로 연주한 영상을 드립니다. 피곤한 출근길에 너무 멋진 선물이지요. 볼 때마다 감동하는 영상입니다.
페르귄트 모음곡 1, 2번 전곡은 여기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