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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쌤 Nov 27. 2019

이야기가 있는 주방 16. 육개장

여행 가고 싶은 고깃국

올봄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벚꽃을 구경하러 친구와 진해에 1박 2일로 여행을 갔다. 

아이들 태어난 이후로 처음 식구들 놔두고 가는 여행이었다. 

먹을 것을 장만하고 아이들에게 여행을 다녀온다고 말을 하니 아이들이 반색을 한다. 많이 자랐다. 


"엄마 여행 가는 게 그렇게 좋니? 표정 관리 좀 해라~"

"아니, 그냥 엄마가 여행을 좀 가셨으면 하는 생각을 했어요." 큰 아들이 답한다.

"그래? 그럼 엄마가 한 달 정도 배낭여행을 좀 다녀오고 싶은데..."

"앗! 그건 안 돼요. 밥을 못 먹고 너무 길면 곤란해요." 둘째가 반대한다.

하아... 요것들이.. 지들 불편한 건 싫단다. 그래도 아직 나를 필요로 하니 조금 감사할 일이겠지. 


찬 바람이 불면 뜨끈한 국물이 자연스럽게 생각난다. 고기를 듬뿍 넣은 육개장을 끓였다. 

아이들이 고기를 무조건 많이 넣으라고 주문한다. 학교 급식에서 나오는 육개장은 육개장에 '육'이 없다고 하소연들을 하신다. 제목에 고기가 들어가는 음식은 내가 생각하는 고기 양의 두 배를 넣으면 안전하다. 


고기 국물을 내고 고기를 건져내어 찢어서 양념을 하는 과정을 좋아한다. 예전에 친정엄마가 이걸 하시면 나랑 동생이 아기새처럼 받아먹었다. 이제는 우리 애들이 아기새처럼 달려들어 얻어먹는다. 콤콤한 국간장 향과 알싸한 마늘 냄새 , 고소한 참기름 냄새 , 칼칼한 고추기름에 고춧가루를 넣고 양념한 고기는 이 자체로도 음식이다. 


오랜 시간 뭉근하게 끓여 한 그릇 먹고 나니 속이 든든해지면서 여행 가고 싶어 진다. 

곰솥에 끓였으니 며칠은 먹을 텐데....... 




재료 : 국거리용 양지, 사태, 목심 등 1kg , 숙주나물 400g, 고사리나물 300g, 토란대 200g, 대파 3~4대, 마늘 3T, 고춧가루 3~4T, 국간장 3~4T, 참기름 1T, 고추기름 2T, 물 6리터 내외, 파뿌리 2~3개(없으면 생략 가능)


1. 국거리용 고기를 찬물에 3~4시간 담가 핏물을 뺀다.  


2. 고기를 끓는 물에 살짝 데쳐내 불순물을 제거한다. 


3. 데친 고기와 파뿌리를 넣고 1시간 이상 푹 고아낸다. 사태를 샀다면 반드시 한 시간 이상 끓여야 한다. 

4. 고기 국물을 내는 동안 숙주, 고사리나물, 토란대, 대파를 손질해 데쳐놓고 꼭 짜준다. 

5. 고기를 건져내어 손으로 죽죽 찢는다. 칼로 썰어도 되지만 손으로 찢는 게 맛있다. 뜨거우니 목장갑 위에 비닐장갑을 끼고 찢는다. 급하지 않으면 식은 후에 찢는다. 찢은 고기에 국간장 1~2T, 참기름 1T, 고추기름 2T, 고춧가루 1~2T, 마늘 2T를 넣고 양념하여 간이 배도록 한다. 

6. 곰솥에 파뿌리는 건져내고 4와 5를 합쳐 다시 한 소끔 끓인다. 간을 보며 국간장이나 소금, 고춧가루, 마늘 등을 더 넣어도 좋다. 


7. 갓 지은 쌀밥 위에 건더기를 듬뿍 얹어 추위에 떨다 돌아온 식구들을 배불리 먹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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