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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o Oct 27. 2023

몰래 묻은 용




한 마리를 소개할까 해요. 경회루의 연못에서 발견된 이 청동용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1865년 8월 20일부터 9월 10일까지 20여 일에 걸쳐 한 쌍으로 제작된 것으로, 제작을 담당한 총감독은 별간역(別看役- 나라의 큰일이 있을 때 특정 업무를 총괄함) 김재수(金在洙)였답니다.



청동 용은 반쪽씩 주조해서 서로 붙이는 방식으로 만들어졌고, 제작 2년 뒤인 1867년 7월 경회루 연못에 가라앉혔죠. 그러나 1997년 발견 당시에는 아쉽게도 한 쌍 중에서 한 개의 청동용만이 발견되었다네요. 나머지 한 개의 용은 어떻게 옮겨져 사라졌을까 정말로 궁금해요.



조선시대 건물은 대부분 목재라서 한 번 불이 나면 피해가 엄청났습니다. 특히 양인들의 초가집들이 대부분이었던지라 한번 불이 붙으면 화마의 기세가 맹렬하게 도성을 흔들었대요. 세종 8년인 1426년 2월에 이틀간 큰 화재가 났는데, 이때 2000 가구 이상이 피해를 입었다네요. 한 노비의 집에서 일어난 화재가 겨울철 거센 바람을 타고 번져서 민가와 관아까지 엄청나게 많은 건물들을 태웠죠.



당시 이 사고로 32명이나 숨지고 수많은 부상자가 발생했대요. 한양에 있던 집 1만 8000여 채 중 10분의 1이나 타버린 큰 불이었던지라 충격을 받은 왕실에서는 이러한 대규모 화재에 대비하기 위해 소방전담기구인 ‘금화도감’을 설립하게 되었대요. 세종 때 설립된 금화도감은 병조, 의금부, 한성부를 중심으로 짜인 조직이지만 현대 소방청처럼 상설기구는 아니었고 임시적인 성격을 지닌 ‘도감’이라서 근무하는 인원수도 적고 생겼다가 사라지곤 했더랬죠.



창설된 지 34년 뒤인 세조 대에는 한성부에 통폐합되었다가 성종 대에 수성금화사라는 이름으로 다시 생겨나죠. 불이 나지 않을 때는 할 일이 없다는 이유 때문에 이렇게 서러운 임시기구로 이 리치이고 저리 치이고 그랬던가 봐요. 그래서 수성금화사는 소방임무에 더해 성문 관리 업무까지 추가로 맡으며 좀 더 일을 구체화했지만 오래 못 가서 비용과 인원을 절약한다는 명목으로 사라져요.



 예나 지금이나 탁상행정으로 예산의 절감만을 갖고 논의하는 이들의 손끝에서 현장에서 근무하는 분들은 정말 곡소리가 납니다. 그러다가 1895년 고종대에 경찰과 소방 업무를 총괄하는 경무사가 생기고, 1925년에 드디어 처음으로 경성소방서가 생기게 됩니다.






물 수자를 형상화한 부적 - 국립중앙박물관







뜬금없이 소방기구 역사에 대해 말씀드리니 무슨 말을 하려는지 궁금하시죠? 제가 대학교 들어가기 전 시에서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공근로의 개념으로 시행했던 관공서에서의 아르바이트를 했던 곳이 바로 소방서였습니다. 정말 운 좋게 뽑힌 몇 안 되는 학생들 중에 하나였죠. 그곳에서 워드며 엑셀 같은 기본 실제 사무업무 등을 배우면서 근 3개월간 근무했었죠. 대학 입학을 앞두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기특한 아가라면서 많은 분들이 예뻐해 주셨어요. 처음 작성해 보는 서류인지라 오타가 나오고 복사한 거 잘못되고 심지어 복사기 필터를 바꾸려다가 그걸 떨어뜨려 복사실 바닥을 깊은 산속 갱도 한복판으로 만드는 등 여러 가지 사고를 쳤지만, 그곳에 계신 분들이 모두 제가 적응하기까지 기다려 주셨더랬죠. 다행히도 금방 적응했어요. 제가 일머리는 좀 빠르지 말여... 요라고 하기에는 이분들의 배려가 저를 키운 셈이죠. 무럭무럭 자라게요. 그런데 정말로 궁금한 건 그다음 해부터는 아르바이트생들을 모집하지 않더란 말이죠. 음... 음... 음... 혹시 저 때문은 아니겠?

 


 차츰 적응이 돼서 아저씨들 커피 드시는 취향까지 파악이 끝날 즈음, 수능 후 근 한 달여 만에 나온 성적표를 받고서 생각보다 저조한 수학성적에 기대했던 대학을 접어야 한다는 암담한 생각으로 온종일 우울해했죠. 재수는 꿈도 못 꾸는 형편인지라 당장 대학에 갈 일도 막막한데, 마지막 변수로 등장한 수학성적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었어라. 눈은 컴퓨터 모니터를 향해 있지만 머릿속은 뿌연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해있던 저는 암담한 마음에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아, 죽고 싶다.'란 말을 하게 되었죠.  



 혼잣말로 중얼거린다는 것이 출동차 비어있던 사무실에 크게 울려 퍼져 저도 놀라고 옆에 계시던 분도 놀라셨던가 봐요. 드시고 있던 녹차를 뿜으셨으니까요. 40대 중반이셨던 소방대원 아저씨께서 놀란 눈으로 저를 보시더니 밖으로 나가자 하시더라고요. 일과 결혼하셨다고 사람들한테 큰소리로 우기시나 니 얼굴이 결혼을 못하게 한다면서 늘 구박당하시던 맘씨 좋고 풍채는 더 좋았던 아저씨께서 놀란 눈을 크게 뜨니 그 모습이 참 재미났어요. 늘 똑같은 크기의 눈이 순식간에 2배가 되는 놀라운 일을 목도했거든. 당시 소방서 앞에는 한내천이라는 개천이 흘러가고 아름드리 목련나무와 벚나무들이 자리해 있었어요. 그 아래 벤치에 가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죠.



살면서 겪게 되는 무수히 많은 이들이 있을 텐데 시험이란 한 가지 것을 두고 그런 말을 하면 안 된다고 다독여 주시던 아저씨의 고운 마음이 참 따습게 와닿았어요. 그리고 근무하시며 경험한 다양한 화재현장에서의 에피소드들을 알려주시며 뜻하지 않은 일들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끝까지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시고, 무엇보다 그렇게 타인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 애쓰다 돌아가신 소방대원분들 이야기도 해주시면서 삶이 갖고 있는 다양한 무게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해 주셨던 시간이었죠. 



그곳에서 일하는 3개월간 전 사회에 나가기 전에 필요한 마음의 옷을 입는 방법을 배웠어요. 어른들의 치열한 삶의 공간에서 자신의 것이 먼저가 아닌 타인의 것을 먼저 지키기 위해 애쓰는 분들의 모습을 통해 무엇을 위해 사는가, 누구를 위해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등등의 여러 가지 삶의 자세를 직접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던 시간이었죠. 아르바이트 마지막 날, 당시에는 소방차들이 지정된 주유소에 가서 기름을 넣어야 했는데 소방차 운전을 맡으신 분과 사무실의 친한 분들이 같이 소방차에 타고 주유소에 갔다 오자며 저도 태워주셨더랬죠.



지상에서 훌쩍 올라간 높이에서 큰 창문을 통해서 시내 정경을 바라보며 아이처럼 즐거워했어요.  경광등을 켜지 않고 천천히 달렸기에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이 짓는 표정들까지도 생생하게 제 눈에 담겼죠. 무엇보다 타인의 생명과 재산을 구하는 일에 쓰이는 소중한 차와 대원들과 같이 있다는 뿌듯함에 가슴이 활짝 펴졌더랬죠. 아저씨들과 함께 기념사진도 찍었는데 메일로 받았던 것들도 다 잃어버리고 아쉬워. 학교에서 근무할 때 보령소방서에 견학 갈 일이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아이들을 인솔해서 갔더니, 그 당시 근무하셨던 분들은 한분도 안 계시더라고요. 낯선 얼굴들만 가득한 사무실, 입구에서 한참 서서 얼굴들을 떠올려 보다 왔던 아쉬운 기억이 나요.

 


여하튼 전 이런 응원을 받고 또 다른 길을 열어 대학에 진학을 할 수 있었죠. 제 업이 가르치는 일인지라 이맘때가 되면 저도 모르게 어쩔 수 없이 초조해집니다. 신경이 조금 곤두선달까요? 고슴도치처럼요. 우스갯소리로 가족들의 간절한 마음이 잠자고 있던 대한민국의 온갖 조상신들을 다 깨워내서 수능 때만 되면 한파가 몰아닥친다고 하대요. 밖에서 요란하게 불어대는 바람소리를 들으면서 불안함 속에서 공부를 하다가 수능을 치러 갈 이번 연도 수험생들을 떠올리며 가만히 두 손 모아 기도 중이어요. 저들을 지켜 줄 용 한 마리 학교 운동장에 좀 묻어두고 올까 봐요. 마음의 불을 꺼줄 용이요.



저마다의 꿈을 갖고 마지막 힘을 내어 열심히 집중하고 있을 대한민국의 수험생을 응원합니다. 그리고 자식들을 위해서 지금 마음 졸이면서 지켜보고 있으실 부모님들도 응원하고요.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담담히 담대하게 또 다른 삶의 길을 찾길 바랍니다. 지금 주어진 결과가 끝이 아니니까요. 가만히 둘러보고 마음을 열면 또 다른 새로운 길이 나를 위해 준비된 것이 보일 테니 염려 말고 자신감 갖고, 힘내서! 찍더라도 다 맞는 그런 세상 좋은 일들이 함께 하길. 응원합니다.









https://youtu.be/gh11uuK4R04




#힘내라수험생들

#용부적똬앗

#음악은눈의꽃커버

#얼후erhu(erh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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