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깨웠을까, 잠들어 있던 물길이 일렁인다. 거대한 수족관 앞에 서서 안을 바라보는 기분이다. 비릿하게 올라오는 물비린내와 탁한 물. 그리고 그 위에 떠다니는 온갖 생활쓰레기들이 물 위 집들 기둥 사이로 숨어들어 고개를 내밀고 있다. 말로만 듣던 수산시장에 도착했다. 길고 좁은 배에 올라 배들이 서로 내뿜는 검은 매연의 연소가 덜 된 기름 냄새를 맡으며 수산시장의 골목을 누빈다.
균형을 잃지 않고 자신들의 생계수단을 들고 나와 호객행위를 하고 있는 이들의 얼굴에서는 적당한 권태와 조금의 활력이 보인다. 부르고 흥정하고, 깎는 일이 당연한 이곳에서의 흥정은 관광객인 우리에게 이제 필수가 되었다. 달라는 대로 주지 않고 일단은 눈웃음과 두 손의 합장과 함께 시작되는 흥정. 어색한 태국말을 들은 주인장의 기분에 따라 내 지갑에서 나가는 바트의 단위가 달라진다. 눈치싸움이 제법 흥미롭다.
창 맥주 한 병과 함께 느슨해진 마음결, 쏟아지는 빛과 함께 풍경에 스며든다. 나는 지금 육독堉讀 중이다. 느리게 흐르는 이들의 시간이 내게 닿는다. 비스듬한 자전축, 경도가 다른 이 땅의 온도로 피부가 달아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