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no Feb 16. 2024

영혼의 저울









 황금군대의 총구를 피해 시에라 네바다 나부시마케Nabushimake, 태양이 태어난 땅으로 숨어버린 인디오들이 있습니다 포포로를 들고 다니는 흠 없이 순전한 흰 빛의 아루아코족은 조그만 구멍을 문질러 생각을 기록합니다 동글동글 작다란 포포로에 담기는 건 매일 조금씩 떼어내는 자신들의 영혼입니다



 가시에 찔린 마음이 우둘두둘 변해가면 문지르는 손길이 분주해지고 포포로 안에 쌓여가는 껍질이 많아질수록 세상을 살아가는 아루아코족 마음의 결은 맑고 투명해져 말할 때마다 울리는 울리는 화음이 귀를 기울이면 당신에게도 닿을지 모릅니다



 하늘은 영원의 집이고, 강은 생명의 젖줄인 어머니의 보드란 핏줄이고 나무는 그녀의 팔과 다리라 어느 것 하나 다칠까 발끝을 들고 걷는 그들은 투명한 날개를 가진 새들을 닮았습니다 빛살이 담기는 동그란 책 어디에도 미움도 성냄도 없는 합일의 세상은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벅차오릅니다



 나의 세상은 수평의 저울, 영점 위에 올려져 있습니다 일방적 약속의 기호가 눈금인 접시 위에 올려져 매일 바뀌는 영점에 따라 기울어집니다 황금비가 쏟아지던 동토의 땅, 파헤쳐진 밀알들이 튀겨져 뿌려지자 지금은 먹고 살 양식 쪽으로 기울어진 저울추 서슬 퍼런 진동을 하고 있습니다



 안드리 크라브첸코*, 율리아 즈다노브스카*, 바실 크라드코*가 사라집니다 시작도 끝도 없이 홀로 외로울 싸움 속에 그들이 사라져도 가벼워 멈출 수 없는 손 끝의 수저질은 허공을 가릅니다 문득 야누비스를 따라 사티 앞에 불려 갈 나중을 생각합니다



 심장의 무게를 잰다면 정의의 신 마트의 깃털보다 가벼워 암무트의 입 위로 떨어질지도 몰라 무겁게 무겁게 욱여넣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어디에 두었을까요 내 영혼의 포포로는 도무지 보이지 않습니다

 








*안드리 크라브첸코 : 응급처치용 혈액 응고제를 개발해 왔다는 41세의 박사. 딸과 부인은 그의 사망 후에도 끝까지 우크라이나에 남아 조국을 지키겠다고 함


*율리이 즈다노브스카 : 2017년 유럽 수학올림피아드에서 은메달을 받은 여학생. 21살의 나이로 국토방위군을 돕다가 사망함


*바실 크라드코 : 반도체 물리연구소의 X선 결정학자. 그를 대체할 인력은 향후 10년 안에 나오기 힘들다고 함









* 같이 듣고 싶은 곡


샘 스미스 & 애드 시런 : Who we love


https://youtu.be/0MQJhwBlSzM?si=97BmdTrLy5N8Shpm






#방주교회

#아루아코

#영점을고쳐주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