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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o Feb 21. 2024

당신이 만날 달의 뒷면은









 온 세상이 닐 암스트롱의 달 표면 착륙으로 들뜬 환호성을 지르던 때, 그들을 내려주고 외롭게 달의 궤도를 돌고 있던 사람이 있습니다. 그 비행사의 이름은 바로 마이클 콜린스Michael Collins, 1930-)입니다. 사관학교 출신으로 공군 파일럿을 지냈던 그는 아폴로 11의 조종을 맡아 달에 닿기 위해서 닐 암스트롱, 버즈 올드린과 함께 우주로 향했죠.



 콜린스는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가 달에 도착했을 때 달 궤도 위의 사령선command module에 남았습니다. 11호의 승무원들은 라이카를 고독 속에 죽게 했던, 공중에서 분해돼버리던  여러 대의 앞서 발사된 우주선들을 보고도 우주 탐사에 대한 열정 하나로 목숨을 걸고 이 우주선에 올랐던 이들입니다. 달에 닿겠다는 열망이 자신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 우주비행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었죠. 그렇게 도착한 달, 코 앞에 놓인 유백색의 순백의 땅을 보며 콜린스는 자신이 우주선에 남아 있겠다고 말합니다.

 


 탐사 대원 보호와 우주선 통제, 그리고 지구의 관제센터와 교신하는 임무를 위해서는 누군가 필요했지만, 가장 역사적인 순간 모든 이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는 자리를 포기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대 뒤에서 분주히 오가는 스텝들에게 시선을 두지 않으니까요. 당시 아폴로호의 선장이 암스트롱이고 콜린스가 부선장이었는데 버즈 올드린이 사령선을 혼자 조종할 수 있는 능력(혹은 경력)이 아직은 부족하다 생각한 이들은 고심 끝에 콜린스가 남기로 결정을 합니다. 암스트롱과 올드린이 착륙선으로 옮겨 탄 뒤 달 표면에 발을 딛는 순간을 전 세계 약 7억 명이 지켜보는 동안 콜린스는 혼자 21시간 반 동안을 사령선을 타고 달 궤도를 돕니다. 꼬박 하루 가까운 시간을 말이죠.



 우주선 안에 텔레비전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내려 준 동료들이 달에 성조기를 꽂는 장면도 그는 보지 못합니다. 설상가상으로 그들이 달에 타고 간 착륙 엔진이상이 감지되어 콜린스는 홀로 그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습니다. 다시 그들을 사령선에 태울 수 없을지도 몰랐던 절체절명의 순간들을 모두 혼자 판단하고 수리하고  감당해야만 했죠. 보통의 사람이라면 억울함과 다급함에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일을 망쳐버렸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콜린스는 그날의 고독 속에서 눈앞에 산재한 일들을 모두 해결함과 동시에 인류 최초로 달의 뒷면을 직접 관측하는 일을 합니다. 아무도 보지 못한 달의 뒷면(달은 공전과 자전 주기가 같아서 우리가 사는 지구에서는 늘 달의 한쪽 면 밖에 보지 못합니다.)을 보게 됩니다. 지구와 같은 두터운 대기권의 보호가 없는 달 표면에 부딪힌 운석들이 남긴 크레이터(운석구덩이)들이 어떤 곳에서는 아름다운 아가씨의 옆모습으로, 꽃게로, 방아 찧는 토끼로 보이는데 이 모든 건 달의 앞면에만 있다고 하니 아무도 보지 못한 뒷면을 처음으로 관찰한 그는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요?

 


  달 궤도를 따라 돌고 있을 때 기계 이상으로 지구와의 교신마저 끊어진 완벽한 고립의 48분 동안 콜린스는 혼자서 달의 뒷면을 관측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 '그래비티' 속 산드라 블록의 표정으로 우주의 신비를 처음으로 목도한 콜린스의 감격을 상상해 보고 있습니다. 자연의 경이로움이 두려움을 이겨 낸 순간의 감동을 그는 메모장에 적어놓았죠.

 

 
이곳을 아는 존재는 오직 신과 나뿐이다.


라고 말이죠. 이 글귀 때문에 어쩌면 '태초의 아담 이래 가장 외로웠던 인간'으로 불리기도 한 콜린스에 대해 우리는 다시 이름을 지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가장 담대한 심장과 빛나는 눈의 소유자로 말이죠. 콜린스가 NYT 인터뷰에서 홀로 우주선에 남겨져야만 했던 상황에 대해 이야기 한 내용이 있습니다.

 

 "외롭지 않았다. 거기선 내가 사령관이고 왕이었는데? 그동안 커피도 식지 않았었고."라고 위트 있게 대답을 합니다. 그리고 착륙하지 못했기에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업무 영역이 달랐을 뿐이다. 내가 한 일에 전적으로 만족한다."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가장 중요한 일을 해내고도 주목을 받지 못한 콜린스에게 미안했던 NASA는 이후 달 탐사선 아폴로 17호 선장직을 제의했습니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 있고 싶었던 그는 이듬해 은퇴를 하고, 국무부 홍보담당 차관, 국립항공 우주박물관 부관장 등을 거치며 새로운 삶의 영역을 넓혀갑니다. 콜린스는 달 착륙 50주년 기념 기자회견에서 "인간이 우주를 탐사하는 궁극적 목적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습니다.




나는 아주 잠시동안 우주선 창에 꽉 찬 지구를 한눈에 봤을 뿐이다. 여러분 모두는 각자의 창으로 세상을 보고, 그 속에서 미래를 만들어가지 않는가?






 우리 모두가 각자의 창으로 세상을 보고, 그 속에서 작은 구슬들을 이어 꿴 삶의 테피스트리를 만들어가는 우리 삶의 여행사라고 말합니다. 우리에게 우주 탐사가 극소수의 과학자들에게만 허락된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콜린스의 대답을 통해 개개인의 삶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저마다 숨겨진 자신 안의 우주를 발견하는 소중한 일상들이 콜린스가 해낸 우주개척의 한 순간들과 동일한 것이라고 말해주는  속 깊은 응원을 받고 나니 힘이 불끈 솟아나지 않습니까?(잘 생각해 보셔요. 오늘 드신 홍삼 때문이 아니란 말이죠.)



 아폴로 11호의 3명은 모두 1930년생, 동갑내기들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같이 달에 다녀온 이후의 삶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평상시 내성적이었던 암스트롱은 세계의 영웅으로 추앙을 받으며 자신이 얻게 된 유명세에 괴로워했고 자신의 어린 딸이 사고로 사망한 뒤 부인과 이혼을 하고 심장병을 앓는 등 힘든 삶을 살았다고 합니다. 또 버즈 올드린은 자신이 먼저 달에 내리지 못했다는데서 오는 분노와 열등감으로 삶의 목표를 상실했고, 그로 인한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가만히 그들의 삶을 단편적이지만 들여다보면서 누군가를 위한 배려와 책임감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쓴 이의 삶이 더 풍요롭고 값지다란 생각을 감히 해봅니다. 당장 어떤 유명세를 누릴 수도 없고 남들에게 특별한 대우를 받을 수도 없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한 발 물러나 있었기에 더 넓게 보고 더 귀 기울여 들을 수 있어 매일 달라지는 삶의 항로도 매끄럽게 운행할 수 있었던 마이클 콜린스의 삶이 제게 앞으로의 날들을 맞이하는 삶의 자세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듭니다.



오늘을 어떻게 맞이하고 보냈는지, 궤도를 다 돌고나야만 내가 지난 길을 돌아볼 수 있는 우리 삶의 단 한번뿐인 오늘의 운항을 잘 마무리하고 있으신가요? 나만의, 여러분만의 달의 뒷면을 발견해 가는 하루였으면 좋겠습니다.
















* 같이 듣고 싶은 곡


Evelyn Stein : Quiet Resource


https://youtu.be/G_BrbhRrP6g?si=NnTMzk73HXlayhy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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