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사람 누구나 알고 있는 제주도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꼭꼭 숨어 있는 속살을 엿보려면 온몸으로 바람을 느끼고 이해해야 한다.
바람을 이해하지 않고는 겉으로 드러나는 아름다움만 보고 느낄 뿐이다. 제주의 역사는 바람과 싸워온 투쟁의 역사이기에 눈물과 한숨의 역사다. 바람을 이해하지 않고는 제주의 정체성을 이야기할 수 없다. 태풍이 지나는 길목을 지키고 있는 한라산은 일 년 내내 바람이 멈추지 않는다.
크고 작은 바람은 온갖 생명에게 시련을 안겨준다. 사람들에게도 예외일 수 없다.
- 김영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