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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o Mar 18. 2024

버킷리스트 013












 당신이 가장 행복할 순간을 그려보라면 미하일 옌데의 <모모>가 있던 원형경기장이 제일 먼저 떠. 모두가 가만히 들여다보며 경기장 안의 모모를 경계하며 엿보지만, 나중에는 그곳을 찾은 이들이 더 많은 위로를 전해받게 되던 곳. 말없이 귀 기울여주는 모모가 에 가능한 위로의 공간인 경기장이요.


 그곳에서 모모는 온갖 생명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이 내는 소리들에 대한 작은 추임새가 그대로 하나의 화음을 만들죠. 바흐의 화성이 사람의 말소리에 적용이 된다면 어쩌면 모모의 목소리, 상황에 맞는 대답을 통해 흘러나오는 서로 다른 온도의 말소리일지도 몰라. 오래전 읽어 줄거리조차 기억에서 희미해졌어도 모모 앞에 자신의 이야기들을 늘어놓던 사람들이 이야기를 꺼내놓다 찾게 되던 뜻밖의 해결책, 혹은 자신만의 답들은 기억이 나요.


 어쩌면 우리들은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바라며 사는지도요. 외로움을 넘어서는 소통의 필요성 이전에 나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을 통해 성장해 가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어. 집단독백(미운 6살 유치원생을 닮은) 이런 건 제외하고요.








 뜻하지 않은 갈등상황에 놓이고, 제 선에서 해결해 줄 수 없는 대립을 지켜보며, 서로의 입장이 너무도 또렷해 좁혀질 수 없는 거리를 보다 지친 날이었어. 가르치는 녀석과 부모님 사이의 갈등의 골이 너무 깊은데 어떻게 해줄 방법이 없어 나름 꽤 오랜 시간 고민을 했더랬죠. 저도 그랬던가, 그렇게 엄마를 아프게 했을까 기억을 더듬어 봤어요. 음, 저도 만만치 않은 사춘기를 보냈군요. 비밀로 가만히 묻어둘래요. 제 눈앞의 어린 영혼을 응시합니다. 자기주장은 또렷한데 책임은 회피하려 하는 녀석의 나약한 멘털에는 화가 나더군요. 어떻게 정신줄을 조여까 고민도 해보며 그렇게 타인의 일을 내 일로 끌어안고 끙끙대며 시간 위를 배밀이하던 달팽이 똥오기.






 무거운 등짐을 내려놓고 날아보자 결심했더랬죠. 모든 시간이 우연이었어. 계획되었던 플루트 레슨이 생각보다 일찍 끝났고, 노을을 보고 싶어서 바다로 갈까, 노을전망대로 갈까 고민하며 동전을 던졌는데 나침반은 북을 가리키고, 갔더니 오랜만에 뜬 태양은 지칠 줄 모르고 수평선을 달구고 있더라구요.  해무가 뽀얗게 올라오는 수평선은 어린 날의 요람 같이 한없이 포근하게 다가와 가만히 안겨들고 싶었어요.








거기에다가  패러글라이딩 강사 선생님은 샛노란 가발과 핑크색 선글라스로 무장하고 있으시고. 더불어 이 분, 울 엄식당 단골이기까지! (가야 해, 가야 해! 나는 가야해에에에! 순이 찾아, 가야해에에에! 이 노래 아시면 최소 50살 이상 무조건 인증이구먼유.)


 어쩌겠어요. 이 모든 우연이 제 등에 날개를 달아주는데 말이죠. 날아야죠. 마음껏. 더군다나 VIP 코스로 모셔주신다니 냉큼 타야죠오오오. 드디어 날았어. 다짐했던 그대로. 아! 첫 비행. 생텍쥐베리의 야간비행보다 더 멀리 저만큼 우주까지 날아갔다 온 기분이어. 두근두근.

 아직도 심장이 두근대요오오오.

같이 날아요.

느른한 오후, 시원해지게요.





*안전사항 심의준수하고 납니다.










* 같이 듣고 싶은 곡


한태주 : 물놀이


https://youtu.be/riaTzTprqKs?si=Vv4-diBVX47Fa1Wi









#노을전망대
#패러글라이딩박일철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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