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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o Mar 20. 2024

봄날의 초신성







 어떤 종이 계속 대를 잇고 진화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타가 수정이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위해서 꽃가루는 30센티미터, 혹은 3미터, 혹은 3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씨방에 성공적으로 도착해야 한다.


 어떤 말벌은 무화과나무 꽃 밖에서는 번식하지 못한다. 이 무화과꽃은 또 말벌의 도움 없이는 수정하지 못한다. 암컷 말벌은 무화과꽃 안에 알을 낳으면서 자기가 부화할 때 다른 무화과꽃에서 묻혀온 꽃가루를 씨방에 떨어뜨린다. 이 두 유기체들(말벌과 무화과)은 이런 관계를 거의 9천만 년 동안 유지하면서 공룡이 멸종하고 지구가 몇 번의 빙하기를 거치는 동안 함께 진화해 왔다. 이 둘의 이야기는 다른 위대한 사랑의 서사시와 마찬가지로 그 불가능성 때문에 더욱 매력이 진해진다. 이런 식의 특수한 관계는 식물의 세계에서는 극도로 희귀하다.

                            ... 중략...



 씨방 하나를 수정시켜 씨로 자라는 데 필요한 것은 꽃가루 단 한 톨이다. 씨 하나가 나무 한 그루로 자랄 수 있다. 나무 하나는 매년 수십만 송이의 꽃을 피운다. 꽃 한 송이는 수십만 개의 꽃가루를 만들어낸다. 성공적인 식물의 생식은 드문 일이긴 하지만, 한번 일어나면 초신성에 버금가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

           - 랩걸, P288-290 호프 자런 지음.













시간의 각질이랄까

서걱서걱 내 몸의 나이테를 가르는 

가위날의 리듬이 빨라질수록

가을볕 아래 봉분처럼 내려앉는다



한 줌이려니 생각했다 어깨를 누르는

터럭들의 무게에 놀라 후드득 몸을

흔들었다.



된서리에 놀라 떨어지는 감인 듯

수직으로 낙하하는 비장한 몸짓에

문득 웃음이 난다.











생이 연결된 고리들은 약하다.



한 번의 날이 스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끊어질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색을 잃은 차의 때를 벗기느라

땀 흘리는 이들의 몸짓을 지켜본다

나의 게으름으로 인한 누군가의 수고



벽사의 몸짓같이 휘두르는 누군가의

손길이 있어야 깨끗해지는 나의

공간들이 부끄러워 몸이 근질거린다



갈 곳 몰라 멈춰 선 걸음

저만치 반짝이는 봄빛 목련이 머금은

새 봄이 내게 손짓한다



새부리 닮은 보드란 낮달로 피어난

봄을 향해 휘영휘영 나서본다.



옴마야,

엄마야,

탄성마다 춤을 추는 달빛 봄싹



오매,

미쳐불겄다

봄이 터져 나온다.



초신성의 불꽃들이 피어오른다












* 같이 듣고 싶은 곡


차이코프스키 : 조성진 연주


https://youtu.be/YXL0dkG-Qro










밤의 목련이 더 이쁜 이유는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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