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언니와 함께 12살에 세상에 던져진 영옥이 있어요. (형옥이 아니에요. 영옥이에요.) 영옥은 재능 있는 화가였지만, 세상에 이 사랑스러운 자매들이 태어난 뒤로 생계를 위해 자신들의 꿈을 접고 일을 하다 그만 과로로 인한 사고로 세상을 등진 부모님을 무척이나 원망하며 그리워하죠. 그리고 부모님을 대신해 "재앙"이라 명명한 자신의 언니를 건사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중입니다.
그런 그녀를 사랑하게 된 선장 정준(김우빈), 그리고 그 모든 중심에서 자신만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영희(정은혜)를 보다 그만 펑펑 울어버린 날이 이었습니다. 노희경 작가님 작품들은 마음속 가장 깊이 숨겨놓은 감정들을 밖으로 꺼내게 만들어요. 드라마를 보며 어린 날 작별하고 그 뒤로 만나지 못한 두꺼비손의 민이도 보고 싶고, 그리고 또 우리 은돌이 생각에 말이죠. 이제 중학교 1학년이 되었지만 세상은 5살 배기에 멈춰있는 사랑스러운 제 천사이죠.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학교를 선택하는 문제로 동생과 제부가 정말 많은 고민을 하는 걸 지켜보았어요. 저는 남들과 다른 주파수를 갖고 있는 아이, 우리가 맞출 수 없는 주파수라 많이 고독하고 외로울 아이가 조금만 더 평범한 세상에 머물러 생활하길 바랐어요. 또 한편으로는 특수학교 설립을 막는 일반학부모들 앞에 무릎까지 꿇으며 학교 설립을 위해 노력하던 분들을 생각해 보았죠. 그분들을 보며 은돌이만을 생각하며 내리고 싶던 일반학교 진학결정이 너무 이기적인 건 아닐까, 쉽게 내리는 결정이 아닐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죠. 최종 결론은 특수학교로 진학을 했습니다. 남들과 다름이 오히려 더 익숙한 곳으로요.
너와 나, 다름이 별로 없다 생각이 드는 세상에서 아침에 눈 뜨고, 밥 먹고, 공부하고, 놀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바랬습니다. 엄마, 아빠가 없는 시간에도 선한 아이들의 살핌 속에 아직 더 아기였으면 좋겠거든요. 어린 날 민이 뒤통수를 치며 혼내듯 앙칼진 여자아이가 은돌이 옆에서 흘러내린 바지 끌어올려주고, 풀린 운동화끈 세게 묶어주고, 저만치 던져놓은 가방 갖고 와 어깨에 메어주고 나란히 걸어 하교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이들의 시선이나 몰이해에도 상처받지 않을 마음의 갑옷을 이 시간을 통해 조금 더 두껍게 입었으면 좋겠어요. 은돌이가 걸어가야 할 남은 시간, 아직 길고 먼 시간에 우리도 모르는 사이 생채기가 가득 나있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라는 마음. 그 한 가지가 드라마 속 영희를 열연한 캐리커처 작가 정은혜 씨의 야무진 손끝에서 조금은 위로받는 순간이었습니다.
같이 이 영상을 보다 눈물샘 폭발한 동생의 호흡이 잦아들 즈음,
"언니, 그럼 우리 오빠가 김우빈이야?"라고 묻는 동생.
"사과해! 신민아 씨에게. 그럼 네가 신민아냐?"
라고 일갈하며 코웃음 친 저.
어디, 김우빈한테 제부를 비교하고... 숭헌. 헛, 참!
다름은, 다름에 대한 생각은 나를 가두는 벽일지 몰라요.
세상은 온통 다름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완성되어 가는걸요.
다르다 뚫어지게 바라보지 말아 주세요. 성마르고 이해 없는 시선에 아이가 보내는, 그리고 아이에게 닿을 주파수가 사라지거나 튕겨져 나올지도 몰라요. 있는 그대로,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세요.(계속 희한하다며 보심 도다리 돼요. 훙! 되고 말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