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구녤베*를 위하여
몸에 별을 새기는 사람들이 있어
계절이 우리와 거꾸로 흐르는
파타고니아로 가자
흰 빛의 별이 사방의 틈을 향해 있어
새벽을 여는 별빛을 나침반으로
이들의 시간은 흘러가지
너의 위치가 표시되는 위도와 경도
촘촘한 시간대의 그물을 벗어나
지구를 거꾸로 달리는 상상을 했어
너는 깃발을 흔드는 바람이 되렴
바다를 뒤엎는 폭풍이 되고
놀란 숨들이 토해 낸 입김이
땅을 깨우게 만들겠지
자오선 0점, 마침내 마주할
수직의 햇살 아래에서
고치를 찢고 나올 너의 투명한 날개
아직 젖어 있더라도 괜찮아
낡은 신발도 벗어던지렴
살갗 위에 새로 난 별이 반짝일 거야
용기를 낸 이들에게만 새겨지는
신의 지문
팔각의 구녤베
성장을 마친 이들의 영혼의 나침반
그러니 일어나렴
너의 희망이 디지털 오류이고
절망은 실시간 스트리밍이 아니야
로그아웃 된 세상에서 부르고 있어
너의 이름을 부르면 깜박이는
"404 Not Found"
알고리즘 검색어에서 밀려난
문자들을 털어내자
의미 없는 깃털에 막혀버린
숨구멍을 열어 보렴
천랑성을 향해 거꾸로 달리자
이진법의 언어로는
쫓아올 수 없는 우리의 속도로
*구녤베 (Guñelve):
마푸체족의 언어로 Wüñelfe 또는 Guñelve는
'새벽을 여는 별', 즉 금성(Venus)을 의미한다.
8개의 방향으로 뻗은 뾰족한 별 모양으로 표현되며, 하늘과 땅, 생명과 조상, 방향과 탄생을 상징하는 영혼의 나침반이다.
마푸체족은 이 별을 통해 존재의 방향을 찾고
새벽의 어둠 속에서 먼저 빛나는 자의 길을 좇는다.
시험이 끝난 아이들을 위해,
오늘을 무사히 마친 우리들을 위한 위로를 전하고 싶었어요^^♡
여러분의 구녤베는 어디에 새겨져 있나요?
* 같이 듣고 싶은 곡
백아 ㅡ 첫사랑
https://youtu.be/54vt4Nalaa8?si=gjniZUAyuIf2Xp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