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상황으로는 5점은 고사하고 3점도 간당간당해 보였다.
꿈만 같았다. 내가 이 거리를 다시 걷고 있다니. 반가운 마음에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구석구석 걸으면서 그동안 잘 지냈냐고 눈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그동안 포르투는 아픈 곳이라도 생겼는지, 나의 안부가 무색하게 여러 군데가 수리 중이었다. 구시청 앞 광장도, 동 루이스 다리 아래도 공사 가림막으로 덮여 있었다. 하늘이 흐린 탓에 조금 더 삭막해 보이는 풍경에 슬그머니 찬의 표정을 살폈다.
‘내가 그렇게 좋다고 해서 온 건데, 찬이는 그만큼 안 좋으면 어떡하지.’
여태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걱정이 불쑥 찾아왔다. 확신이 있었다. 포르투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도시라는 확신. 그런데 처음 포르투를 마주했을 때 내 눈에서 보이던 반짝임이, 찬에게서는 보이지 않았다. 비상이다.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찬의 눈동자에 반짝임이 보이지 않는다면, 지안투어는 개업과 동시에 폐업을 고민해야 할지도 모른다. 첫 리뷰는 반드시 별점 5점이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 상황으로는 5점은 고사하고 3점도 간당간당해 보였다.
그래도 천만다행인 건, 포르투도 나를 이제야 알아보고 반겨주는지 해가 점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쨍한 하늘은 아니더라도, 이정도 푸르름이면 충분했다. 걱정도 하나 덜었겠다, 우선 밥부터 먹기로 했다. 벌써 오후 세 시였다. 오늘 먹은 거라고는 아침 여덟 시에 먹은 조식이 전부였다. 날씨도 날씨지만, 배가 고파서 찬의 눈에 생기가 없었던 걸지도 모른다. 가이드와 함께하는 여행에서는 제일 중요한 건 밥이라고 했다. 점심부터 먹었어야 했는데. 척척 가이드 자격이 위태로웠다. 애매한 시간에 식사가 가능한 곳을 찾다가, 지난 여행에서 대구 튀김을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도루강이 보이는 곳이라 첫 식당으로 손색이 없을 것 같았다.
“포르투는 문어가 진짜 부드럽고 맛있다? 문어밥 한 번 먹어볼래?”
“좋아! 도미구이도 먹어보자!”
유럽 음식은 한국 음식보다 간이 센 편이다. 그래서 유럽 여행을 준비하다 보면 식당에서 주문할 때는 ‘소금 덜 넣어주세요’라고 요청해도 좋다는 꿀팁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그냥 셰프의 고집을 믿어보기로 했다. 우리 입맛에 얼마나 짭짤한지 알아가는 시간이 먼저 필요했다. 많이 짜면 다음부터는 소금을 덜 넣어달라고 하면 되니까. 먹을만하다면 콜라나 맥주를 하나 더 시키면 되는 거니까.
그렇게 우리는 콜라와 맥주 한 잔을 시원하게 비워냈다.
점점 맑아지는 하늘만큼, 찬의 표정도 갈수록 밝아지고 있었다. 가이아 지구로 넘어와 도루강이 코 앞에서 보이는 테라스에서 샹그리아도 한 잔 마시고, 플리마켓에서 눈여겨보던 손목시계도 하나 샀다. 비둘기에 맞서 용감하게 싸우는 고양이도 구경하고, 천천히 모루공원에 걸어 올라와 버스킹 공연도 들었다.
지안투어 첫 고객님은 귀여운 고양이와 멋진 풍경 보는 걸 유독 좋아했다. 미소를 짓고, 감탄하고, 카메라를 꺼내드는 게 그 증거였다. 선호를 알았으니 이제는 맞춤 가이드를 할 자신이 생겼다. 나는 포르투에게 첫눈에 홀딱 반해버렸지만, 찬에게는 이 도시와 사랑에 빠질 시간이 충분히 필요할 수도 있으니까. 내가 좋았던 것들을, 천천히 소개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거기에 날씨만 도와준다면 별점 5점도 받을 수 있겠지? 계획은 완벽했다.
지안투어 첫날 일정의 끝은 선셋투어였다. 그토록 그리워했던 시간이 다시 찾아왔다. 복숭앗빛이었다가, 살굿빛이었다가, 자두빛이었다가. 매일 다른 색으로 하늘을 물들이던 나의 도시. 오랜만의 다시 만난 포르투의 노을은, 짙은 오렌지빛으로 온 세상을 물들였다.
고마워.
맑은 하늘로 반겨줘서, 예쁜 노을을 보여줘서!
너를 반짝이던 눈으로 바라보던 내 모습을,
찬에게서도 볼 수 있었어.
남은 여행도 잘 부탁해.
사랑의 순간으로 가득했던 포르투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
매주 금요일에 반갑게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