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색깔

사랑이 어떤 색이냐고 묻는다면

by 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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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앗빛이었다가, 살굿빛이었다가, 자두 빛이었다.

포르투의 하늘은 그랬다.


하루의 끝마다 다른 색으로 물들었다. 어떤 빛으로 물들지 기다리는 일은 사랑이었다.

어떤 색이든 그날의 노을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 또한 사랑이었다.

사랑이 어떤 색이냐고 묻는다면, 포르투의 노을을 닮았다고 말하고 싶다.



포르투는 매일 같은 자리에 있는데, 늘 다른 표정을 짓는다. 이상하다. 어제 본 해와 오늘 본 해는 같은 해일 텐데. 그래서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늘을 올려다봤다. 오늘은 어디쯤 와 있을까. 어떤 빛깔로 물들고 있을까. 구름이 너무 많아 빛을 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숙소에서 쉬다가도 해가 노릇해질 시간이면 밖으로 뛰쳐나왔다. 노을과 야경이 유명한 포르투에서 오늘의 해를 배웅하지 않는 것은 내게 불법이나 다름없었다.


IMG_0453.JPG Ⓒ from.jian

사랑이 가득하다.

포르투의 노을이 유독 아름다운 이유는 매일 사랑받고 있어서가 아닐까.


나뿐만이 아니다. 오늘의 해를 배웅하려는 사람들은 모두 모루 공원에 모인다. 모두가 도루강 너머를 오래도록 바라본다. 선선한 강바람이 머리칼을 스친다. 얼굴마다 오늘의 노을빛이 묻어있다. 누군가는 와인을 들고, 누군가는 카메라를 들었다. 마주 보는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맞잡은 손에는 애정이 흐른다. 태양이 수평선 너머로 내려갈 때까지 저마다의 방식으로 기다린다. 모두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오늘의 태양은, 그에 보답하듯 도시 전체를 주황으로 물들인다. 붉은빛을 품은 해가 수평선 아래로 사라지는 순간, 공원에 모인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휘파람을 불고 박수를 친다. 북반구에서 오늘의 몫을 다 해낸 이에게 보내는 감사의 인사다. 박수가 멎은 후에도 붉은빛이 맴돌았다. 오늘의 해는 더 이상 볼 수 없지만, 사랑을 닮은 포르투의 노을이 우리에게 주고 간 힘을 떠올린다. 사랑은 많은 걸 가능하게 하니까.


포르투의 하늘을 올려다보던 마음으로, 나를 바라본다. 오늘의 나는 어떤 빛깔로 물들어가고 싶은지 묻는다. 하루도 같은 색으로 지지 않는 건 하늘뿐만이 아니다. 나 또한 단 하루도 같은 마음으로 살아본 적이 없다. 매일 달라지는 마음이라도, 결국 사랑을 닮아가기를 바란다. 포르투를 다시 찾게 되는 이유는 어쩌면 포르투의 노을을 닮고 싶어서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사랑의 색깔을 떠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