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로움보단 외로움을 선택하다
들여다 봐줌
누군가와 계속 좋은 사이가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건 들여다 봐주는 순간에 있다.
혼자 있든 함께 있든 함께 걸음을 맞춰준다는 느낌,
옆구리에 팔짱 하나 껴져 있는 것 같이 채워지는 느낌. 거기에 있다.
관계적, 상황적 변화와 상관없이 내 곁에 남아 준 사람에겐 고마운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
이런 면들은 새삼스럽게 알게 되는 것보다 생각보다 오래 전부터 느끼고 있다.
나뿐만이 아니라 인간은 누구나 타인의 나에 대한 마음이 어느 정도인지를 본능적으로 느낀다.
반면 인연의 끈을 더 적극적으로 붙잡고 있는 내가 놓아버리면 언제든 끊어질 사람들도 존재한다.
그가 나보다 더 훌륭해서도, 아쉬운 게 있어서도 아닌 세월이나 의리 같은 최소한의 매너로서의
노력을 하는 건데 그 조차 없는 상대들이다.
오랜 세월 함께 했으면 표현과 행동이 없어도 애틋하게 생각할 수 있을까?
마음에 따뜻하게 떠오르는 기억의 근거도 없이 상대가 나름대로 나를 위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까?
인간관계에서 먼저 주는 사람이 되겠노라고 다짐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나도 누군가에겐 마음 따뜻한 기억을 심어주지 못하고 살아온 날들이 많았겠다 싶다.
주변에 마음이 따뜻해지고 흡족해질 만한 이들만을 두기엔 내가 아직 많이 부족한가 보다.
주변 다섯 명의 평균이 결국 나라고 하지 않던가.
인정할 건 인정해야 그 평균의 작은 변화라도 만들 수 있다.
외롭지 않은 대신 괴롭거나
괴롭지 않은 대신 외롭거나
안타깝게도 내겐 이 두 가지 선택지뿐이었고 정신적으로 후자를 선택했다.
나는 지금 외로움을 견뎌내는 시기를 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