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이 간절함보다 큰 것일까
배란 주사 용량을 높인 후 보러 간 초음파에서 지금까지 보았던 배란 상태 중 가장 좋은 상태를 보았다.
부부 관계 날짜도 적절한 타이밍이었던 터라 상황이 나쁘지 않다.
담당 선생님과 약 용량을 높이니 확실히 다르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를 나누다가 그럼 시험관을 좀 더 미루고 이 용량의 주사를 맞으면서 자연 임신을 더 시도해 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사실 나는 시험관이 두려웠다.
1회에 되면 좋지만 회차가 반복되면서 올 비용적, 신체적, 정신적 소모 모든 게 두려웠다.
그 두려움을 감안하고 해 볼 용기가 아직 없었다.
그러던 차에 원장님의 자연 임신으로 조금 더 시도해 보자는 권유는 내가 시험관을 미룰 수 있는 달콤한 제안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러다 시간만 가는 거 아닌지에 대한 우려 또한 원장님께 내비쳤다.
원장님이 보기에도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되어 보이는 지금 나의 상태에 시험관은 무리였나 보다.
그는 시험관이 아닌 다른 대안을 이야기했다.
과배란 주사 + 자연 임신 시도 + 인공 수정을 우선 해보자고 하셨다.
도망침인지, 최적의 선택인지 모르겠지만 마음이 시험관을 생각했을 때보다 편안해졌다.
시험관은 확률적으로 난임 상태에서 가장 임신 성공률이 높은 선택지다.
이론적으론 그러하나 시험관도 결국은 임신 or 비임신 둘 중 하나의 결과만이 기다리고 있다.
나는 아직은 두려움도 뛰어넘고 시험관이라는 문으로 들어설 각오가 되지 않았나 보다.
원장님 말처럼 마음이 끌릴 때 하고 그때까지는 해볼 수 있는 선에서 노력해보려고 한다.
이렇게 겁쟁이 엄마라서 아이가 늦게 오는가 보다.
아이를 한 시라도 빨리 보고픈 마음이 있지만 아직도 나는 내 몸 안 아픈 게 최우선인가 보다.
다음 달 초엔 해외여행을 간다.
이번에 임신이 안 됐다면 그 주에 생리가 있을 거다.
이 나이쯤 되니 여행 갔을 때 생리하는 것쯤은 그러려니가 되지만 비임신이란 사실이 또다시 더 힘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