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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eul Nov 13. 2024

감동은 무료가 아니었다.

소중하게 받고 주어야 하는 것

아무에게나 감동하지 않기로 했다

오랜 시간 알고 지내온 사이, 친하다고 여기는 사이의 사람들에게 잘 감동하는 편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들에겐 감동을 아끼지 않고 받으려 했다고 할 수도 있다.

감동이라는 감정은 느끼는 나에게도, 감동을 준 상대에게도 가성비 넘치는 행복을 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감동을 줄 만큼의 행동을 바란 것도, 내가 준 것에 감동을 느끼라고 감정을 강요하진 않았다.

그저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내 기분과 생각으로 그렇게 느끼려고 했다.


사소한 행동을 해도 깊은 속이라 헤아리며 고마워했고

작은 선물에도 추억과 정성을 크게 의미 부여하며 기뻐했다.

궁극적으론 나의 행복을 위한 마음 가짐 들이었지만 사람이 자꾸 혼자만 이런다는 생각이 들면 언젠간 그 열정이 사그라들기 마련이다.

늘 남에게 고마워하고 감동받고 의미 부여하며 살다가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나는 누가 그렇게 의미 부여해주며 마음을 헤아려주고 있나?


생각보다 사람들은 내게 감동하지도, 그런 나를 의미 있게 보지 않았다.

아무리 세월이 오래돼도, 나는 그들 삶의 희로애락에 눈물 지은 적이 있었지만 내 삶을 위해 눈물 지어준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 살았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이제 내게 감동을 느끼는 사람들과만 감동을 나누기로 했다.

흠잡히지 않을 정도로만 하는 인사치레면 끝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지친다.

물론 그 정도의 관계만 해도 되는 친분의 사람들과는 그 정도의 처세가 편하다는 건 너무나 두말할 것 없다.

오랜 세월 정을 쌓았는데도 불구하고, 그럴만한 사이에서도 그저 그렇게 나를 대하는 사람들은 이젠 나도 그저 그렇게 대하며 지내야겠다.


정의 범위가 좁은 사람은 그 범위가 더 넓은 사람을 절대 이해할 수 없다.

내가 느꼈던 그 감동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반짝반짝 빛났던 것들인지 나는 알고 있다.

지금까지 단지 세월이 오래됐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소중한 마음을 받을 자격을 무료로 주었다.

더 이상 그 마음은 무료가 아니다.

나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이미지출처:Image by Piyapong Saydaung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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