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내 사진이잖아?
네가 찍어준 사진으로 카톡프로필 사진을 바꾸었다.
한동안은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서, 네 흔적들을 없애려고 했었는데
돌이켜보니 그게 더 미련 같았다.
헤어진 연인을 차단한다는 건 결국 그 사람을 신경 쓰고 있는 거라던 말이 생각난다.
네가 찍어준 사진 속에 나는 내가 봐도 예뻐서
사람들은 종종 전속 사진기사를 데리고 다니냐고 묻곤 했었다.
나는 내 사진을 찍고 뿌듯해하는 네가 늘 고맙고, 또 좋았다.
그래, 그때 나 참 예뻤지.
사랑할 때, 사랑받을 때.
사람들은 누구나 다 반짝반짝 빛이 나니까.
어쨌든 그냥 다시 그 사진들을 별생각 없이 쓰기로 했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헤어졌다는 말에 주변 사람들이 새로운 사람들을 소개해주곤 했다.
그렇게 몇 번의 소개팅을 하고 나니 느끼는 점이 있었다.
1. 사람마다 '평범함'의 기준은 다르고, 내 기준에 '평범하고 괜찮은 사람'은 흔치 않다는 것.
2. 그리고 그 흔치 않은 사람에게 내 마음이 기우는 일은 더 흔치 않다는 것.
3. 그리고 그 흔치 않은 일이 쌍방으로 일어나는 일은 더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는 것.
우리가 서로를 만나 그렇게 오랫동안 사랑을 이어갔다는 건 그야말로 기적 같은 일이었는데,
네가 그 기적을 놓아버렸구나. 혹은 내가 너에게 그 기적을 기어코 놓아버리게 만들었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씁쓸하다.
네가 찍어준 내 프로필 사진을 보고 너는 무슨 생각을 할까.
그게 별로 중요해지지 않은 걸 보니, 내가 많이 괜찮아진 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