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괜찮아진 걸까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 본가를 방문했다.
차례를 지내고 음식을 나누어 먹고 부산스럽게 정리를 했다.
만나는 사람은 있냐는 어른들의 질문에 나는 집에 가고 싶어 졌다고 대답했고, 제사 음식을 좀 가져가라는 말에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서 버릴까 걱정된다며 거절했다.
집에 와서는 밀린 빨래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요즘 즐겨보는 영상을 조금 보다가 미뤄놨던 자잘한 일들을 처리했다. 이 집에는, 너와 함께한 시간보다 혼자 지낸 시간이 훨씬 많다.
문득 빨래를 몰아서 한다고 잔소리하던 네가, 설거지를 도맡아 해 주던 네가 생각났다.
집안 곳곳에 있는 스마트패드에 보호필름 따위를 부착하다가, 네가 있었다면 같이 만들어갔을 풍경을 떠올렸다.
'여기 먼지 좀 떼어줘.'
'이건 어떻게 하는 거지?'
'이번에는 내가 해볼까?'
'뭐야! 나 좀 잘하는 듯!'
이런 유치한 대화를 나누면서도 뭐가 좋은지 웃어댔을 것이 뻔하다.
이제 너 없는 일상이 사무치게 슬프지도 처절하게 아프지도 않지만,
그래도 문득 생각나고 문득 가슴이 먹먹하다.
6개월 정도 걸리는구나. 무뎌지기까지.
내가 조금은 덤덤해진 것에 약간의 안도감이 들다가도
너는 이별한 순간부터 이랬을 것 같다는 생각에 씁쓸하다.
채팅창에 '개새끼'라고 검색하면 그 애가 뜬다.
그립고, 연락하고 싶다가도 내가 어떤 답장도 받지 못한 마지막 톡을 보면 마음이 접어진다.
'혹시 통화되니? 나 지금 네가 너무 필요해...'
이제 그는 그냥 나한테 개새끼일 뿐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