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지금 통화돼?
나 네가 너무 필요해

마지막의 마지막

by 오늘의 달

그날은 정말이지 엉망진창인 날이었다.


며칠 전부터 옆구리가 아팠다.

'근육통인가?'

여러 가지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었던 터라 나도 모르는 새 옆구리 근육을 많이 썼나 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옆구리가 나아지기는커녕 콕콕 쑤셨다.

어느 날 옆으로 돌아누웠는데 심상치 않게 욱신거렸다.


'에이 설마.'


기침을 하다가 갈비뼈가 나갔다는 지인의 이야기가 문득 떠올라서 다음날 정형외과를 방문했다.


"기침을 하다가 갈비뼈에 금이 간 것 같아서요."

"그럴 수 있긴 한데... 그게 흔한 일은 아니죠."

긴가 민가 하던 의사 선생님은 내 x-ray 사진을 유심히 보시더니

"진짜 금이 갔네... 세 개요."라고 말씀하셨다.

"세 개라고요?"


괜찮다는 말을 들으러 간 거였다. 갈비뼈에 금이 갔더라도 하나 정도일 거라고 생각했다.

의사는 당분간 절대 안정이 필요하니 운동은 하지 말라고 했다.


제가 춤을 추는데... 안 되는 데... 하면서 진료실을 나왔다.

다니던 운동을 정리하고 신청했던 강습을 취소했다. 당분간 춤을 못 출 것 같다고 지인들에게 상황을 전했다.

그래도 조금 우울하긴 했지만 여기까지는 견딜만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하루 직장에 병가를 쓴 날, 직장에 이슈가 터졌다. 병가를 쓰고 출근을 하지 못한 나와는 아무 관계없는 이슈임에도, 상사는 애꿎은 나를 나무랐다. 그도 오죽했으면 맥락에도 없는 나를 탓했을까 싶었지만 그 순간 너무 억울하고 기분이 나빴다. 내 잘못이 아님을 알면서도, 집에 돌아와 혼자 저녁밥을 챙겨 먹으려니 어쩐지 쓸쓸하고 우울했다. 이럴 때 달려와 나를 꼭 안아줄 사람이 하나 없구나 싶었다. 그래도, 그래도 괜찮았다.


내가 무너진 건 출근길 접촉사고였다.

그날따라 자동차 창문에 김이 서렸다. 사이드 미러를 본다고 봤는데 뭐에 씐 듯 차선을 변경하는 순간 뒤에서 직진하던 차량과 부딪혔다.


아...


어쩌면 직진 차량이 규정 속도보다 빠르게 달려왔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내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에 연락하고 보험사에 연락하고 사건을 처리하고 주차장에 왔지만 한동안 정말이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누구도 이 순간 나를 도와줄 수 없음을, 나는 모든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음을 알았지만. 그냥 어떤 위로가 필요했다.


"지금 혹시 통화 돼? 네가 너무 필요해."

별로 고민하지 않고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냥 그 순간 떠오르는 사람이 그 밖에 없었다.


그는 평소처럼 오래고 읽지 않았고 저녁때쯤 그가 메시지를 읽은 걸 알 수 있었지만 답장이 오지 않았다.


그렇구나. 직장 동료도 얼굴만 알고 지내던 가벼운 지인도 아마 내가 그렇게 문자를 보냈으면 걱정스럽게 답장이라도 보냈을 텐데 6년 사귄 전 남자 친구는 그렇게 절실한 메시지 마저 무시할 수 있는 남이 되었구나.


몸도 기분도 상황도 엉망진창인 어느 날 누구에게도 안길 곳이 없고 기댈 곳이 없다는 걸 깨달은 그날,

또 그렇게 한 번 더 내 마음속에서 그를 보냈다.


마지막의 마지막이구나.

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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