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나이가 들면 취향이 바뀐다. 평생을 편식하던 음식의 맛을 알게 되거나, 평생 입을 거 같지도 않았던 옷을 찾아보거나, 쳐다도 보지 않던 장르의 영화를 보기도 한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취향에 변화가 생기고, 그걸 기반으로 취향의 새로운 부분들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다. 나에게는 짧은 글이 그러한 존재다.
짧은 글, 이라 하면은 너무 두리뭉실한 표현일 수 있으니 조금 정확하게 정의를 해보자면, 시, 표어와 같이 짧은 문장에 보다 함축된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글들을 말한다.
어린 시절의 나는 짧은 글, 특히 시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지금이야 한 문장에 축약된 의미를 생각하고 음미하는 것이 좋아졌지만, 그 당시의 나에게 글은 그저 읽어 내려가는 것에 불과했다. 즉, 생각을 하지 않고 그저 물이 흐르듯 읽어 내려가는 것이 고작이었다. 글을 읽는 것은 나쁘지 않았으나, 머리를 쓰고 싶진 않았다. 어쩌면 생각하는 법을 몰랐던 것일지도 모른다. 하는 법을 모르니 사용할 실행할 수 없다. 그 시절의 나에게 짧은 글이라는 것은 퍽 번거롭고 복잡한 존재였던 것이다.
꽤 많이 어린 생각이지만, 그 당시의 나는 시집의 구매 이유를 알지 못했다. 시집처럼 속마음을 좀처럼 알기 어려운 것보다는 소설처럼 직설적이게 다가오는 것이 좋았던 것이다. 끊이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소설책이 그 당시의 나에게는 더 매력적인 선택지였다.
하지만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성장을 하고, 그 성장을 기반으로 취향에 새로운 지표를 만들어 나가기 마련이며, 놀랍게도 그것은 나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였다. 어느 순간부터 그 이해 못 할 것 같던 짧은 글이,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다.
언제부터 어떻게?라고 묻는다면, 참 난감하게도 스스로도 그 시간대를 잡아낼 수가 없다. 마치 가랑비에 젖어내려 가듯, 조금, 조금씩, 그렇게 짧은 글이 주는 매력에 홀려버리고 만 것이다.
짧은 글이 매력적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울림이 있다는 부분이다. 때로는 긴 문장보다는 짧고 굵은 한마디가 마음에 울리는 포인트가 되는 법이다. 왜 영화의 명대사에서도 그렇지 않은가. 물론 긴 대사도 훌륭하지만, 보통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는 것은 짧고 굵은 한 마디이다. 모든 것의 시작을 포함하며 동시에 종지부인 한 마디. 극적인 장면에서 나오는 그 한마디가 사람들에게 울림과 전율을 준다, 그리고 그건 글에서도 마찬가지다. 애당초 '대사'라는 것도 글로 시작을 하니 두 개를 동일시할 수 있지 않을까.
짧은 글들은 마치 투박한 메모와도 같다. 간략하게, 하지만 정확하게 마음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나는 짧은 글이 메모 같다고 생각한다. 예상치 못한 곳에 남겨진 메모는 우리의 뇌리에 깊게 박혀 기억 속에 머물게 된다. 별거 아닌 것처럼 생각되는 메모가 그 자국을 남겨 우리 속에 남기면 그만큼 매력적인 것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나는 그렇게 또다시 메모를 찾아 모아 내 취향의 세계를 넓혀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