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광복 80주년
나이가 차오름에 따라 눈물이 많아진다고 했던가, 나는 오늘 또다시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인간은 해가 기울수록 눈물이 많아지는가 보다.
해외에 오래 살면 한국의 사정에 대해서는 조금 무덤덤해 해지는 경향이 생긴다고 느낀다. 아무래도 찾아보지 않는 이상 한국의 상황을 속속히 알기에는 힘들고, 무엇보다 몸담고 있는 사회가 한국이 아니기에, 그 점에서 오는 차이점과 무덤덤함이 발생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와중 들었다, 올해의 광복이 어느덧 80주년이라는 것을.
광복, 光復.
비록 빛 광 자를 쓰지만 국어사전에 의한 뜻은 빼앗긴 주권을 도로 찾는 명사라고 한다.
주권을 빼긴 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당장 사소하더라도 나에게 소중한 물건을 남이 함부로 대하거나, 폄하하거나, 혹은 더 나아가 강제로 빼앗아 간다면 짜증이 일고 화가 나는데 주권이 은 주권을 빼앗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 넓은 세상에 내 나라가 없다는 것은 얼마나 막막하고 화가 일어 오르는 일일지, 감히 내가 평가할 수 있을까.
최근, 친구와 상하이 여행을 갔다. 본 목적은 다른 곳이었지만 상하이에 간다니 임시정부를 차마 져버릴 수 없었다. 마치 필수 방문 장소인 것처럼, 그렇게 임시정부를 계획에 첨가했다. 그렇게 방문한 임시정부는 뭐랄까, 정말 새로운 느낌이었다. 전시되어 있던 글들과 물건들을 찬찬히 쓸어보며 다시금 중고등학교의 역사 시간이 떠올랐다.
나도 해외에 나왔고 짧지 않은 기간을 해외에서 몸담고 살고 있지만, 해외로 나온다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니라고 느낀다. 모국어가 아닌 곳에서, 내 말이 온전하게 전달이 되지 않는 곳에서 기존의 것을 뒤로하고 완전히 새로운 생활과 문화를 받아들여야만 한다. 요즘 같이 정보가 넘쳐나고 소통이 바로바로 되는 세상이어도 쉽지 않은 선택인데 그 시절에는 어떤 마음으로 익숙한 땅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향했을까. 아무런 정보도 없이, 아무런 도움도 없이, 확실하지도 않은 독립을 위해 떠나는 발걸음에는 어떤 생각이 담겨있었을까.
35년, 대한민국이 대한민국이 아니었던 기간이다. 대한민국 사람이고, 대한민국 영토고, 한국어를 쓰는데 한국이 아니다. 강산도 10년이면 변한다는데, 강산이 세 번 하고도 반이나 바뀌었다. 이걸 원통하다는 말 외에 따로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있을까, 어쩌면 원통하다는 말도 부족할 수도 있다. 그 기간을 버텨냈을 사람들의 마음을 쉬이 가늠할 수가 없다. 가늠을 해보려 하다가도 이내 포기하고 만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들이 남긴 흔적을 밟아내려 가 보는 것이지, 그것을 직접 밟는 것은 아니다. 제아무리 분석을 한다 해도 직접 겪어보는 느낌을 따라갈 수 있으랴.
소식이 늦었지만, 금일 해가 떠 SNS를 보니 어제 광복 80주년 전야제를 했다더라. 대략 2시간 40분가량의 길이 정도의 영상을 보며 주책 맞게도 중간중간 눈물이 났다. 반가운 얼굴들의 노래가 흘러나오면 축제처럼 즐겁다가도, 고요히 국회를 배경으로 영상이 비칠 때면 뭐랄까,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이 오른다. 그렇구나, 저게 우리의 과거고 우리의 현재구나. 결국, 모든 게 한데 모여 대한민국이구나. 역시 이러니저러니 해도 나는 대한민국이 좋더라. 그 긴 세월의 역사를 겪으며 결국 버텨내는 것이 어쩔 수 없이 나는 좋더라.
아마 왜 그리 유난을 떠느냐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 이미 다 지난 일로 너무 호들갑을 떠는 것이 아니냐고. 물론 그 사람들의 눈에 그렇게 비친다는 것에 대해 비난하거나 부정적인 시선을 주고 싶은 생각은 없다. 사람마다 느끼는 것은 모두 다르니 그 부분을 이해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러니 반대로 이런 유난을 어느 정도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애당초 내 나라를 되찾아왔다는데 얼마나 좋을까. 35년 만에 나라를 찾은 기쁨을 위한 날인데, 오늘만큼은 이 유난을 부디 부드럽게 봐주기를 바란다.
광복 80주년 축하해 대한민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