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눈을 뜨면 산 능선을 따라 이어진 사람의 길과 꽃의 길과 강물의 길을 본다. 딱히 이유도 없이 하루의 시작을 이 풍경으로 연다. 바라보지만 섞이지는 못하고, 이 수평의 풍경에서 나 홀로 수직 어딘가에 있다. 조금은 쓸쓸한 심정이 되어 거리를 주지 않는 물새들과 고양이들과 일방적으로 친구 관계를 맺는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 구구구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돌아보면 거미줄 쳐진 창가에 비둘기들이 보이곤 한다. 얇은 유리창 덕분에 비둘기들은 다른 친구들보다 가까운 거리를 내어주기도 한다.
철새들 떠나면 벚꽃이 피고, 봄비 내리면 벚꽃이 지고, 분홍 꽃잎들 날리면 유채꽃이 개화한다. 이곳의 시간은 느리지만 느리지 않고, 때론 그 시간성이 달력보다 선명해 가슴이 철렁하기도 한다.
나는 작업을 하러 나서는 짧은 여정에도 자꾸만 한눈을 팔고, 어쩌면 한눈을 팔려고 작업을 나서는 것도 같고, 그러다 보면 흔들리는 풀잎 사이에서 줄장지뱀처럼 작은 친구들을 보기도 한다. 지난해 나를 감동하게 한, 늘어트린 가지로 매일 동자승처럼 길을 닦던 나무는 밑동이 잘렸고, 폐업한 식당의 냉장고에는 철부지 길냥이가 입주했다. 지극한 사실들 앞에선 소모적인 내 감정이 낯 뜨겁게 느껴진다. 다 치열한 적요다.
부족하고, 부끄러운, 딱 절망 직전에서 버티곤 하는 글쓰기 작업이 끝나면 애써 나쁘지 않다 중얼거리며 올 때와 다른 길로 귀가한다. 어디선가 방울 소리가 들리면 반가운 마음에 그 소리를 따라가고 어김없이 분식집 고양이 나비를 보게 된다. 가게 안에서는 먼저 다가오기도 하는 녀석이 밖에서 만나면 거리를 둔다.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 생물은 위험해지는 법이니 그 기특한 습성을 거리를 두고 보다 온다. 매번 수로의 갓길에 웅크린 나비는 무얼 기다리는 걸까, 보내는 걸까. 봄밤의 고양이를 수채화 같은 감정으로 보면 괜스레 먹먹해진다.
미안해, 널 스릴러로 쓰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