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이 필요해

그래요, 사랑이었어요 <6>

by 김동하

나는 누워있다. 내 가슴에 배를 깐 오구는 부드러운 발로 내 턱을 만지작거리고 미호는 애써 오구의 눈을 피하며 내 어깨에 꾹꾹이를 한다. 이 평화로운 순간에도 보이지 않는 냉전이 있다. 미호는 당연하게 여겼던 제 자리를 언제부턴가 오구에게 뺏겼다. 하지만 힘으로 그 자리를 되찾지 않는다. 집사의 팔 하나로 만족하기로 한다.

나는 이 작은 평화에서 한 가지를 배운다. 배에 있다 슬그머니 포복을 시작한 오구는 어느새 제 머리를 내 턱에 대고 있다. 눈을 내려 보면 오구의 옆얼굴이 한 가득이다. 바닷가의 까만 조약돌처럼 귀여운 오구. 앙 깨물고 싶은 오구의 코. 미호는 그 사이 꾹꾹이를 하던 내 팔에 턱을 괴고 엎드려 있다.


그 모습을, 정확히 내 시선의 각도에서 보는 오구를 누군가에게 마구마구 보여주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순간에는 늘 핸드폰이 없지.

이 집에 나 말고 유일한 사람인 아내가 있으나 조금 전 안방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자러 들어가셨으니 내일 아침이 되어야 나오실 터, 이제 이 순간을 남길 유일한 방법은 글뿐이다. 그렇게 오구에 깔린 채 속으로 이 글을 작성했다.


오구에 깔린 채 생각했다. 사람이 혼자 살기 힘든 정신적인 이유에 대해. 그러다 증인의 부재에 대해 생각했다. 누구나 자기 삶을 어떤 방식으로든 증명하고 싶으니까. 심지어 슬픔과 몰락까지도.

그러나 나의 증명을 내가 하는 건 작위적이다. 내가 설명하는 나는 아름답지도 비극적이지도 않다. 설령 그 설명에 일말의 거짓도 없더라도.

그래서 필요한 게 아닐까. 나의 증명에 필요한 증인이. 내 슬픔과 고독의 증인이, 한철의 영광과 그날보다 길었던 지루한 노력에 관한 증인이, 찬란했으나 찬란한 줄 몰랐던 젊은 날의 증인이. 그 증명이 나를 살게 하지는 않겠으나 덜 쓸쓸하게 해줄 테니까. 조금 초라한 순간이라도 뽀샵을 해서 기억해 줄 테니 나도 당신에게 필요했으면.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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