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기스 플랜,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
사랑의 기원에 대한 가장 오래된 이야기는 플라톤의 <향연>에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초에 사람은 두 개의 머리, 두 쌍의 팔, 다리를 가지고 있었으나 인간의 저항을 두려워한 신이 번개 가위로 붙은 몸 가운데를 잘라냈고 토막 난 몸을 꿰매 매듭을 지은 곳이 배꼽이 됐다는 이야기다. 태초에 하나였기에 서로를 끊임없이 그리워하고 찾을 수밖에 없으며, 바로 그것이 사랑이라는 것이다.
뮤지컬 헤드윅의 가장 유명한 넘버 The Origin of Love가 바로 이 설화를 소재로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YuEloqxvxBo
사랑에 대한 질문은 언제나 흥미롭다. 사랑은 인간이 느끼는 가장 비합리적인 감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랑이 이루어지는 장소인 사회는 제도 속에서 굴러가고 있으며, 제도는 합리적 규범이기에 이 둘은 필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바람직’한 사랑은 한 여자와 한 남자가 만나 평생 서로를 사랑하며 일편단심 정조를 지키며 살아가는 것일진대, 사랑이란 감정에 ‘바람직’을 붙이는 게 과연 바람직한지, 혹은 과연 그런 형태의 사랑이 가능은 한 것인지 우리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회에서 미처 실험되지 못한 사랑의 형태들은 예술의 영역에서 탐구되곤 한다. 우디 앨런의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 Vicky Cristina Barcelona>란 작품을 보면 과연 한 여자와 한 남자의 조합이 가장 완전한 사랑의 형태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한 남자와 두 여자의 사랑은 완전할 수 없나? 사랑은 무조건 1:1의 관계를 전제로 해야만 하나? 너무나 당연한 것 같지만 사실은 그게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한 번쯤 해보게 만든다는 점이 중요하다.
지난 1월 개봉한 <매기스 플랜 Maggie's Plan>은 그런 측면에서 간만에 만난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뉴욕에 사는 매기(그레타 거윅)는 결혼에는 관심 없지만 아이는 갖고 싶다. 그녀는 친구였던 가이(트래비스 핌멜)에게서 정자를 받아 임신을 계획한다. 그러나 우연히 만난 대학 교수 존(에단 호크)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며 매기의 계획은 어그러진다. 존 역시 자신의 소설을 진지하게 읽고 좋아해 주는 매기에게 끌리며 권태기를 맞은 조젯(줄리안 무어)과의 결혼 생활을 끝내고 매기와 재혼하기로 결심한다. 몇 년이 흐르고 매기와 존은 아이와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 관계 역시 시들해지기 시작하며 매기는 조젯에게서 존을 빼앗아 온 것을 실수라 생각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또 다른 계획을 꾸민다.
윤리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이 이야기에 딴지 걸 거리는 넘친다. 불륜 미화가 아니냐고 불쾌해 할 수도 있고 캐릭터의 뻔뻔함에 기함하고 대책 없다고 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예술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규범 바깥에서 질문을 던지는 것 아닌가.
<매기스 플랜>의 캐릭터는 적어도 사회에서 욕먹을 것이 두려워, 안전한 울타리를 벗어난 감정이니까, 란 이유로 사랑과 자기 인생에 대한 선택을 기피하지 않는 비통상적 인물들이다. 이들이 보여주는 사랑과 결혼의 양상을 보며 우리는 진짜 사랑은 뭐고, 개인과 사회에게 결혼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를 새로운 관점에서 고민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왜 로맨스 영화를 보는가
이는 곧 사랑과 결혼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