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020. 소준문 감독. 고두심/지현우 주연
시놉시스만 보자면 아주 뻔한 스토리일 것이 예상되고, 실제로도 예상과 다르게 전개되지 않는다. 줄거리만 보자면 그렇다. 그러나 영화를 구성하는 건 줄거리만 있지 않으니까, 조금 마음을 열고 이 영화를 보아주길 추천하고 싶다. 제목처럼 몇몇 빛나는 순간들을 목격할 수 있을 테니까.
나도 처음엔 의구심이 있었다. 마돈나가 한참 연하랑 쿨하게 연애하는 얘기라면야 뭐 그래 그럴 수 있겠구나 싶겠지만, 이건 제주 해녀가 뭍에서 온 젊은 청년이랑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아닌가. 과연 그 감정에 공감이 갈 수 있을까? 의심부터 들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영화는 그 어려운 지점을 어느정도 설득력있게 그려내는 데 성공한다. (적어도 나에겐 그랬다.) 섣불리 오버하지 않는 연출, 제주바다와 산의 아름다운 풍광이 도왔고, 무엇보다 고두심 배우의 얼굴이 가장 큰 역할을 해주어서다.
배우 고두심 씨가 맡은 역할은 다소 전형적이다. 겉으론 꼬장꼬장하지만 속은 여리고 정이 많은 베테랑 해녀. 그런데 이 전형적인 캐릭터에 고두심 배우의 얼굴이, 표정이 내려앉자 특별한 생동감을 얻는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그녀의 얼굴이, 놀랍게도 어떤 빛나는 순간에 소녀의 얼굴로 바뀌는 것이다. 그 해사한 얼굴을 보고 있자면 그것이 사랑이라는 게 더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어지고, 그 감정을 그저 받아들이게 된다. 어떤 말보다 강력하게 그녀의 얼굴과 표정이 이토록 드물고 귀한 사랑의 감정을 설득해내는 것이다. 고두심 배우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 이 영화를 보는 것이 절대 시간낭비는 아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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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하나, 제주방언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역시나 추천. 그냥 들어서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기에 친절하게 자막을 달아준다.(한국 영화에서 한국어를 하는데 자막을 이렇게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영화는 처음 본 듯ㅎㅎ) 소문대로 아주 어렵고 특색있는데, 말맛이 있어서 듣는 재미가 있다.
그나저나 고두심 배우 얼굴의 느낌을 잘 담아서 그려보고 싶었는데 역시나 어렵네ㅜ 그 얼굴은 기회가 되면 꼭 영화로 직접 확인하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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