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의 가장 큰 고민은 아마도 회사생활일 것이다. 당연한 일인 것 같기도 하다. 더이상 신출내기 아마추어라고도 할 수 없고, 그렇다고 대단한 베테랑이 되지도 못하는 애매한 지점에 있으니까. 인생의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공간에서 내 존재의 의미가 뭔지, 나는 효용이 있는 사람인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작은 증명이라도 하고 싶어진다. 게다가 HR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보니 더더욱 조직 내에서의 직원이라는 존재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되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회사이야기가 나는 요새 재미있다. Fun이 아니라 interesting의 의미로. 영화나 드라마, 책에서 그려지는 회사라는 공간을 바라보다 보면, 우리 조직의 모습이 겹쳐지고 모 선배나 후배, 혹은 동료, 또는 직원인 나 자신의 어떤 면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곤 한다.
현실적으로 잘 만들어진 오피스 드라마일수록 더더욱 그런데, 의외로 그런 작품이 많지 않아서 아쉽던 참에 이 책을 읽었다. 박상영 작가의 연작소설 <믿음에 대하여>. 이 책에서 묘사하고 있는 한국의 직장문화는 상당히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그래서 아주 서글프다.) 작가님이 직장생활 경험이 꽤 있으신 편인데다, 주위 직장인들의 생생한 자문을 얻으셨기 때문에 가능한 현실감인 것 같다.
네 편의 연작소설 모두 좋았지만, 그 중 세번째 <우리가 되는 순간>의 단편적 설정을 낙서로 옮겨보았다. 소설 자체는 한영의 시점으로 진행되고, 훨씬 섬세하고 넓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꼭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