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깊숙이 스며든 첫 위로
전날 밤, 나는 쉽게 잠들 수 없었다.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다 창가에 기대어 아부다비의 어두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가슴 한복판에 무언가 둥글게 걸린 듯 답답했다. 한국에 있는 가족이 그리워서였을까, 직장에서의 작은 실수 때문일까, 아니면 이 낯선 땅에서의 외로움 때문일까. 이유는 분명하지 않았다. 다만 그 감정들이 밤의 고요를 틈타 더 커져만 갔다.
전화기 화면을 켰다 껐다 반복하며 SNS 속 친구들의 익숙한 일상을 훔쳐봤다. 그러다 문득, 내가 그 일상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 한켠이 서늘해졌다. “나, 잘 살고 있는 걸까.” 그 작고 쓸쓸한 물음이 심장을 톡 건드렸다.
그렇게 시간은 새벽 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도시의 불빛은 여전히 번쩍였지만, 마음속의 어둠은 더 짙어졌다. 그때였다. 문득, 사막이 떠올랐다. 해가 떠오르는 그 순간의 풍경, 모래 위로 펼쳐지는 첫 빛. 그곳에 가야겠다고, 지금 아니면 안 될 것 같았다.
급히 옷을 챙겨 입고 가방을 메었다. 택시를 잡아 리와 사막으로 향하는 길에 올랐다. 도시를 벗어나자 어둠은 더 짙어졌다. 창밖으로 스쳐가는 가로등 불빛이 점점 뜸해지더니, 마침내 사방은 어둠에 잠겼다.
택시 기사는 조용히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차 안 라디오에서 잔잔하게 흐르는 아랍어 뉴스, 운전석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새벽 공기, 그 안에 녹아든 모래냄새와 바다냄새. 모든 것이 나를 더 낯선 세계로 데려가고 있었다.
길 위에 아무도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달리자 저 멀리 희미한 실루엣이 나타났다. 사막. 끝없는 모래 언덕의 물결. 차에서 내리자 바람이 세차게 불어 얼굴을 스쳤다. 어둠 속에서도 모래 언덕의 윤곽이 부드럽게 드러났다. 나는 천천히 그 곡선을 따라 걸었다. 발밑으로 모래가 스르륵 미끄러졌다. 발자국이 새겨졌다 지워졌다.
그 무늬조차 사라져가는 그곳에서, 나는 무력하면서도 자유로웠다.
언덕 위에 올랐을 땐, 이미 동쪽 하늘이 희미하게 밝아오고 있었다. 하늘 저편, 수평선 끝자락이 푸른 기운을 띠더니 점점 붉어졌다. 숨이 멎었다. 마침내, 태양이 얼굴을 내밀었다. 그 순간 사막의 결이 달라졌다. 모래 위로 빛의 물결이 번져나갔다. 금빛으로 반짝이는 모래알 하나하나가 내게 말을 걸어오는 듯했다.
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 속에 밤새 붙잡고 있던 공허함이 조금씩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나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 공기가 마음속 가장 깊은 곳까지 스며들어왔다. 눈가가 조금 시큰해졌다.
“괜찮아.” 나지막하게, 그러나 확신에 찬 목소리로 스스로에게 말했다.
“다시 시작하면 돼.”
태양은 점점 높이 떠올랐고, 그림자는 짧아졌다. 따뜻한 빛이 등을 감쌌다. 나는 그곳에서 오래 앉아 있었다. 누구도 없고, 아무도 부르지 않는 시간. 비로소 내 안의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이 고독도 언젠가 지나가겠지. 이 시간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주겠지.”
다시 택시에 올라 사막을 등졌다. 창밖으로 사라져가는 모래 언덕을 바라보았다. 해가 높이 떠올라 사막을 환히 비추고 있었다. 어젯밤의 공허함이 조금씩 희미해졌다. 그 대신 마음속 한 켠에 작은 온기가 자리했다.
“오늘을 살아내자. 넘어져도 괜찮아. 다시 일어서면 돼.” 그렇게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나는 눈을 감았다. 새벽의 사막이 내게 건넨 그 위로를 가슴 깊이 간직하며.
혹시 당신도, 잠 못 이루는 밤을 지나고 있나요? 그 밤을 건넌 끝, 새벽의 공기처럼 당신 마음 깊숙이 스며드는 위로가 찾아오길 바라요.
여러분은 언제, 어디서 마음의 위로를 받으셨나요? 댓글로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