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숙하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by 프롬아무개

저는 이십 대에 앞으로의 인생이 결정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십 대가 끝나면 모든 게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어딘가 늘 조급했던 것도, 이십 대 이후의 삶은 고민해 본 적이 없는 것도 다 여기서 파생된 것이겠죠. 우리 사회는 청춘에게 요구하는 것이 많은 것 같습니다. 대표적인 게 진리처럼 여겨지는 졸업, 취업, 결혼이겠죠. 요즘은 많이 변했다고들 하지만 제가 느끼기엔 지금까지도 이 세 가지는 항상 한 세트인 것 같네요.


하면 좋은 건 맞는데 꼭 그래야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중 어느 하나도 완수하지 못한 저는 패배감이 들기도, 낙오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목적지를 바꾸면 새로운 경로가 나와야 하는데 어째서 세상은 늘 목적지는 정해놓고 같은 경로만 재탐색해서 보여줄까요? 자꾸 벗어나는 제가 이탈자가 돼버린 것 같네요.


다들 이십 대는 청춘이라 합니다. 하지만 청춘은 이름만큼이나 아름답지도 낭만적이지도 않습니다. 제가 겪은 게 맞다면 청춘은 계속 꺾이는 계절이니까요. 수백 번, 수천 번 꺾이는 시기. 꺾이지 않는 게 이상한 시기. 그래서 어느 하나 못해도 괜찮은 시기일지도 모릅니다.


이십 대의 기억을 안고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는 거라면 저는 이미 실패한 인생일 겁니다. 계속 꺾이기만 했으니까요. 하지만 인생이 꽃이 되어 열매를 맺는 게 아닌 열매가 익어가는 과정이라면 미숙한 제가 받아들일 건 언젠가 알맞게 익을 거라는 사실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미숙함은 제가 가진 무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속에서부터 알차게 익어가느라 나에게조차 티가 안 납니다. 하지만 미숙한 단어들로 우물쭈물하기도 하고 갈팡질팡하면서 기다리다 보면 어느새 무르익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미숙하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이고 산다는 것은 내가 미숙하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일지도 모르니까요. 그러니 스스로를 너무 몰아치지 않으려 합니다. 해내는 게 당연한 건 아니니까요. 오히려 못하는 게 당연한 걸지도요.


그러니 여러분도 실패하기를 주저하지 말고 무엇이든 시작해 보세요. 좋은 건 언제 해도 좋고 늦은 때는 없으니까요. 지금 꿈이 없어도 좋습니다. 언제든 다시 생길 수 있고 또 언제든 없어질 수도 있는 게 꿈이니까요. 어디로 갈지 몰라도 자신만의 속도로 한 걸음씩 내딛다 보면 어디든 도착할 겁니다. 그곳을 반환점으로 만들지 목적지로 삼을지는 여러분의 선택이겠죠? 그게 뭐든 남에게 선택권을 쥐여주지 말고 오롯이 본인이 누립시다. 우리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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