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제주와 서울을 오가며 집을 알아보면서 년세에 대한 느낌과 세상에나 원룸이 이런거였나 싶을 정도로 처음 느꼈는데
어느새 적응 못할 것 같은 집은 적응 했고, 그렇게 일년이 흘러 이사를 준비 중이다. 시간 참 빠르다.
이럴때 보면 작년에 썼던 일기를 읽으면 그때 마음이 생각나서 좋다.
제주도라는 특수한 곳이라 '입도'라는 단어가 있고, 제주살이, 한달살이 등등이 유행하지만
제주도라서 특별했다기 보다는 첫 자취가 힘들었던 것 같다.
서른 네살 첫 자취는 이건 뭐 스무살 대학생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제주도에서 마음 맞는 친구들을 잘 만나서 참으로 다행이라 생각하며 잘 놀았다.
하지만 집으로 들어가면 텅빈 방이 너무 싫었다. 그렇다고 친구들 집에서 잘 자는 편은 또 아니고.
서울에서 회사생활 하면서도 가급적 금요일 저녁은 약속을 잡지 않았다. 일요일 아침도 물론이고. 이때는 무슨일이 있어도 가족들이랑 밥먹고, 술을 먹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게 너무 좋았다. 그렇게 몇년을 살았는데 집에서는 티비도 보지 않고, 심지어 스마트 폰도 꺼놓기 일수 였는데
자취생활은 티비와 일체형이 되고, 스마트 폰 늪에서 수영을 하고 있다.
아. 자취하니 인공지능 스피커 겁나 좋음 ㅋㅋㅋㅋㅋㅋ 노래도 틀어주고
엄마의 고마움이 너무 크다. 매일 왜 이렇게 청소와 빨래를 하냐고 했던 나의 말들이 얼마나 기가 찼을까.
냉장고에 늘 가득했던 과일
먹기 싫다고 하면 엘리베이터 앞까지 나와 과일은 꼭 먹어야한다며 입에 넣어줬는데
자취생활 하니 과일을 먹어본 기억이 없네
자취전에도 깔끔한 편이라 청소는 뭐 문제 없었지만
요리 어쩌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집에서 뭘 먹어본 기억이 없다.
그래도 해먹으면 는다고 하는데 그나마 좀 하는거 계란 후라이 정도
역시나 자취는 어려운데
나에 대해서 잘 알아 갈 수 있어서 좋다.
자취 하면 사랑하는 사람이랑 오손도손 라면도 먹을 수 있다고 한 사람 나온나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벽증 심해서 내 친구들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드디어 이사가기전에 시즌오프처럼 우리집 오픈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친구들이 삼도동 핫플이 열렸다며 찾아옴...........아이 감사해라^^/.............. 청소 어쩌냐
자취생활에 대해 진지하게 글을 쓰려다가 산으로 갔다.
1년동안 제주도에서 전 회사 퇴직금으로 진짜 잘 버텼다.
이직 했던 필름로그, 그리고 필름로그 제주점의 텅비었던 첫 공간은 가득 가득 무언가로 채워졌고, 내 공간도 아닌데 너무 애썼다.
누가 뭐라해도, 최선을 다했다.
제주살이 2막 시작. 서울로 올라가려고 몇군데 몇접을 봤지만 딱히.
이젠 뭘하고 싶은지, 아니 어쩌면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살았는지 모르겠다. 술에 술타듯, 물에 물타듯. 내년에도 열심히 놀아야지
근데 서른다섯이라니 내가
오늘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