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제주도가 뜨기 시작했다.
비행기로 50분이면 가는 이곳은 여러 저가항공의 취항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가 되었다.
2030세대들이 내려가서 도민이 되기도 하고 제주살이, 제주에서 한 달 살기 책등이 나오기도 했다.
제주도에서 딱 한번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스태프로 몇 달 일을 해보니
나에게는 살만한 곳이 되지 못 했다.
여행을 오니 좋은 곳이
일상적인 공간이 되니 또 다르게 다가와서 슬프기도 했다.
월정리 바다에 의자만 놓았는데
사람들이 몰려온다.
곳곳에 카페들이 들어선다.
그리고 그곳은 더 이상 한 적한 곳이 되지 못한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가끔 그리울 때 필름 사진기 하나 들고, 필름을 장전하고 떠난다.
"필름 사진기 그거 요즘 허세 아니야?"
"그러게.. 근데 잘 모르겠어 DSRL이나 미러리스로 사진을 찍고, 보정을 필름 느낌 나게 하는 사진과 필름으로 사진을 찍고 스캔을 해서 어차피 컴퓨터로 똑같이 보이는 사진이 무엇이 다른지를 모르다 정말"
누군가 그랬다. 제주도에 살고 싶으면 1년의 날씨를
변덕이 심한 날씨부터 겪어보고 결정하라고
눈 내릴 때, 빙판길에서의 운전은 정말 아찔하고 겁이 났지만
내린 후
멀리서 바라보는 모습은
또 다른 모습을 안겨주었다.
겨울 제주도의 아름다움은 동백꽃이다.
제주도의 비수기가 겨울이라고 하지만 요즘은 비수기가 따로 없다고 한다.
제주도의 빨간 동백꽃을 본다면 겨울이 비수기라는 편견도 깨질 것이다.
겨울에 보아야 더 예쁜 제주 동백꽃
겨울 제주도에서 볼 수 있는 신풍 신천 바다목장의 감귤 말리는 모습
감귤 껍질의 주황색과
푸른 제주도 바다색, 그리고 하늘색이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 같다.
겨울에 한라산을 오르는 것도 좋지만
저질체력인 나는 엄두도 나지 않는다. 폭설이 내리기 전날 아침 날씨가 갑자기 좋아졌다.
멀리 경치가 보이는 날 지미 오름에 올라가면 제주도가 레고처럼 보인다.
용눈이 오름도 좋지만 사람들이 그나마 적게 올라가는 지미 오름도 올라가 보면 좋다.
유럽 암스테르담 역이 생각난 하도리
추운 겨울 날씨에도 웨딩 스냅을 찍는 커플들이 많았다.
사랑의 힘은 대단하다.
세화 해변에 가면 많이들 사진을 찍고 가는 장소이다.
세화 카페 공작소 앞에 있는 의자와 테이블
사장님의 센스가 발휘했다. 하나둘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니 많은 사람들이 와서 사진을 찍고 간다.
봄이면 유채꽃이 펴서 더 예쁜 곳이다.
겨울 제주는
그냥
겨울이라 예쁘다.
여름이면 많은 사람들로 북적일 해변가도
조금은 한적하다.
차에서 밖을 보며 하나둘 노래를 들어본다.
아 이런 여유 오랜만이다.
회사에서 연락만 안 오면 딱 좋을 시간.
바람 소리, 파도 소리 온전히 필름에 담아 본다.
제주도 여행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
먹는 재미가 여행에서 절반을 차지하고
한번, 두 번 제주도의 여행 때는 관광지와 SNS에서 유명한 여행 때는 찾아갔다.
올레길 걷기, 버스로 일주를 하며 나는 청춘이다 외치며 여행을 했지만
이제는 렌트카가 없으면 불편해서 여행을 못한다.
그래도 하루쯤은 걸어도 좋다.
제주도 골목길
알록달록 지붕과 돌담길 사이로 걷는 골목길의 매력
평범해 보이는 골목길에서
찌익-
필름을 감아
찰칵-
한 장면
또 다른 장면을 담아 본다.
처음에 필름 사진기만 제주도에 들고 간다고 했을 때
친구가 왜 굳이 필름 사진기냐고 물어본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제주도의 모습을 단순히 필름 사진기로 담고 싶은 게 아니었다.
사진을 찍고
어떻게 나왔는지 궁금해서
필름을 들고 사진관을 가는
그 순간의 설렘을 느끼고 싶은 건 아닌지
사진으로 담는 것보다.
여행지에서 눈으로 보고, 느끼는 것이 더 큰 감동일 경우가 많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쉬고 싶던 제주도에서
한 장, 한 장
조금은 느리게
그리고 조용히 제주도를 담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겨울 제주도는 30년 만에 한파로 굉장히 추웠지만
필름에 남은 제주도의 모습은 그저 따뜻하다.
사용한 필름. Kodak Portra400
사용한 사진기. 코니카 빅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