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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Wonderland

다시 가도 터키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선, 동서양의 문화 터키에서의 15일

by 엄지사진관

터키 여행을 다녀온 뒤 사진과 여행 이야기를 정리했었어야 했는데 그 사이에 외장하드를 와장창 날려 먹었다. 두 번의 복구를 통해 터키 사진을 복구할 수 있었지만 터키 여행 중에서 가장 좋았고, 기억에 남는 카파도키아에서 보낸 여행사진은 별로 없다. 덕분에 기억마저 없는 느낌이다. 정말 좋았던 곳이라 다시 가보란 이야기인가?

터키는 10일의 일정으로 이스탄불, 카파도키아, 파묵칼레를 간다고 한다.

카타르 항공을 이용해 도하를 거처 이스탄불에서부터 여행을 시작했다.

13시간 만에 도착한 도하 공항은 향신료의 냄새와 유럽도 아시아도 아닌 호모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비행기 대기 시간은 8시간. 아 이것 도한 지겹다. 이스탄불을 도착하여 정해진 호텔 픽업 차량을 통해 멍하게 밖을 보며 흘러간다. ‘ 아~ 터키에 도착했구나 ’ 도하와 비슷한 냄새가 코 끝을 자극하고, 아이스크림의 달달한 냄새, 케밥의 향신료 냄새, 동양 여자를 유혹하는 열혈 터키 청년들의 땀냄새까지 반겨주는 것들이 매우 달콤 쌉싸름하다. 호텔에 짐을 풀자마자 사진기 하나를 달랑 들고 길을 나섰다.


20살의 첫 배낭여행 터키

다시 가도 터키

터키 최대 재래시장 "그랜드 바자르"

걷다 보니 저기가 그랜드 바자르였구나 생각이 들었다.


구시가지에 위치한 터키 최대의 재래시장으로 1461년 오스만 제국의 술탄 메흐메트 2세에 의해 조성되었다.

터키어로는 카팔르 차르쉬라고 하는데 지붕이 있는 시장이라고 하며 유럽과 아시아의 온갖 물산이 넘나들던 교역의 메카였다고 한다. 이곳을 통해 유럽의 부가 아시아에 전해졌고 실크로드를 따라온 아시아의 물품도 그랜드 바자르를 통해 유럽으로 흘러들어갔다.


쇼핑이 아니더라도 볼거리로 손색이 없으니 꼭 방문해야 할 곳

남쪽은 베야즛, 서쪽은 이스탄불 대학교, 동쪽은 술탄 아흐메트와 접해있다.

터키 이스탄불(Istanbul) 트램 타고 가다가 무작정 내린 골목길 미용실

사진기로 담는 것보다 눈으로 담고 기억해야 하는 게

더 많다는 걸 느꼈다.


내가 무조건 찍고 싶다고 해서 찍어선 안된다.

피사체에 대한 존중이 우선이다.


바지도 안경도 잃어버리고 막판에 공항에서 공항 사람들이랑 싸웠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랑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여행이었다.

그게 좋았다.

사람 사는 걸 느끼다.


3.jpg

호텔에서 체크인을 한 뒤, 어린애처럼 뛰어나왔다.

마치 이스탄불 골목골목이 나를 두 팔 벌려 반겨주는 기분이었다.


" 이래서 여행을 오는 거구나 "

이스탄불에서의 이틀간의 여정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혹시 내가 놓고 온 게 없는지 뒤적거려 본다. 다행히도 꼼꼼히 챙겨 왔다.

두 팔 벌려 그 거리에 서있어 본다.


낯선 이방인에 대한 호기심 가득한 눈 빛.

그 눈빛이 나는 낯설다기보단 설렌다.

아주 우연히 골목을 돌아 우리가 처음 만난 날처럼


이스탄불 골목길을 걷다 보면

카파도키아 괴레메

이스탄불 11시간(55TL) / 파묵칼레 10시간(42TL)


카파도키아 관광의 중심도시로 시골 마을이라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소박하다.

지리적으로 카파도키아의 중심부에 위치한데다 유명한 괴레메 야외 박물관도 근방에 있어 훌륭한 입지조건을 자랑한다. 숙소, 레스토랑, 기구 투어 등 모든 편의 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카파도키아를 방문하는 대부분의 여행자가 괴레메를 찾는다.


괴레메 주변은 언덕으로 둘러싸여 있다. 언덕에서 바라보는 기암괴석이 즐비한 마을과 계곡의 경치는 여행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저녁 때는 석양에 물드는 붉은 모습이 아름답다. 여행사가 밀집해 있고 유명 관광지이지만 심한 호객 행위가 없어 인상이 좋다.

터키 카파도키아 숙소에 도착하니 7시 시반쯤.

9시에 그린투어를 예약했기 때문에 씻고 조식을 먹으러 올라갔다.

투어는 예약하면 호텔 앞에 픽업하러 왔다.

신과 인간이 빚어낸 최고의 예술품이라고 불리는 카파도키아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도 등장하는 카파도키아는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터키 관광의 하이라이트.

전 세계 여행자들을 불러 모으는 카파도키아의 매력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특이한 자연환경이다. 독특하다는 한마디로는 표현이 불가능한 카파도키아의 자연은 화산에서 분출된 용암으로 형성된 응회암 층이 수백만 년의 세월 동안 풍화작용과 침식으로 오늘 날처럼 신비로운 모습으로 변화된 것이라고 한다. 끝없이 줄지어 있는 기암괴석은 신이 빚어낸 최고의 예술품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우주의 요정이 살 것 같은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카파도키아는 도시 이름이 아니라 지역 이름이다. 넓은 카파도키아 지역에 괴레메,네브쉐히르, 위르궙,아바노스 등의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터키 카파도키아 그린투어


터키 여행책


여행책에서 '그곳'이 가고 싶다는 설렘을 받았다.

그곳을 다녀온 뒤

책에서 내가 다녀온 곳을 우연히 보게 될 때,

더 많이 보고 올 거라는 후회보다는 많은 추억을 남겼지라는 행복한 미소를 짓는 사람이 되어 있기를....


카파도키아,

파란색 스머프가 그곳에서 나온다면 완벽한 동화 속 그림이 완성된다.

터키 카파도키아 도자기 마을 투어에서 만난 어린이


터키 야간 버스를 타면 만나는 휴게소

야간 버스는 휴게소도 자주 들린다.(휴게소에서 휴식시간은 20분 정도)


터키는 기차가 없어서 이렇게 야간 버스로 많이들 이동한다. 정말 인프라 잘 되어있다.

새벽이지만 아무래도 야간 버스가 많다 보니 북적 북적거린다.

화장실은 1TL을 주고 들어가야 한다. 참고로 혹시 화장실에 안경을 두고 나와도 다시 입장할 때 돈을 내야 하니

화장실 나올 땐 소지품 확인 한번 더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터키 파묵칼레 석회층

터키 파묵칼레


이스탄불 10시간(45TL) / 카파도키아 10시간(42TL) / 셀축 3시간(20TL) / 콘야 8시간(38TL) / 안탈리아 4시간(25TL)


데니즐리에서 내려서 파묵칼레 돌무쉬를 타도 가능하다.(25분소요. 2TL)

야간 버스로 데니즐리에 하차하면 파묵칼레 가는 셔틀버스는 무료였다.(아마도 호텔 버스인듯하다)

파묵칼레의 볼거리는 크게 두 가지로 석회층과 히에라폴리스 유적이다. 빠른 걸음으로 관광명소만 보면 1박 2일로 가능하다. 카파도키아 만큼의 감흥은 덜 했지만 석회층은 일몰질 때 보는 것이 포인트!

터키 파묵칼레 석회층

터키 파묵칼레 석회층


마을 뒤편의 언덕을 뒤덮고 있는 새하얀 석회층으로 파묵칼레를 상징한다.

석회 성분을 품은 33℃ ~ 36℃ 정도의 물이 지하에서 솟아나와 언덕을 흐르며 석회가 남고 그 위에 계속해서 침전이 진행되어 대규모의 석회 언덕이 형성되었다. 파묵칼레 마을을 지나 석회층의 남쪽 끝부터 오르기 시작하는데 매표소를 지나면 신발을 벗고 올라가야 한다. 수로를 따라 올라가면서 보이는 흰색 석회층은 눈 같기도 하고 목화 솜 덩어리 같기도 해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낸다.


맨발로 걸어야 하기 때문에 겨울철에는 발이 매우 시린데 석회층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걸어 올라가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 어쩔 수 없다. 해질 무렵 석양에 물드는 장엄한 석회층의 모습은 절대 놓칠 수 없는 볼거리!

낮에 다녀갔더라도 처음 끊었던 입장권을 제시하면 다시 입장료를 낼 필요 없다.(당일)

터키 파묵칼레 석회층
터키 파묵칼레(Pamukkale) 2km 떨어진 카라 하이트 마을

안녕하세요,

어슬렁 어슬렁 카라 하이트라는 숙소 옆에서 발견한 작은 마을.

돌무 쉬르 타고 종점에서 내려 무작정 걷는다.


" 안녕하세요, 한국에서 사진 찍는 학생입니다. 사진을 좀 찍어도 될까요? "

" 물론, 자 어떻게 포즈를 취하지? "

" 웃어주세요. 스마일 "


나를 매우 낯설게 보던 아이는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내가 신기하게 생겼나 보다.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과 짧은 이야기였지만 함께 한 시간을 담은 듯하다.

잘 지내나요?

터키 쉬렌제 와인마을

터키 쉬렌제 와인마을


셀축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 이스탄불행 야간 버스 티켓을 먼저 구입했다.

. 버스터미널 왼편에 보이는 돌무쉬를 타고 쉬린제로 바로 이동.


파묵칼레에서 8시쯤 버스로 셀축으로 이동하고(3시간 소요) 셀축에서 쉬린제라는 와인 마을을 구경하면

넉넉하게 8시간이면 충분하다고 들었다. 야간 버스는 9시쯤 출발이니 넉넉할 것 같다.

터키 쉬렌제 와인마을

작은 가방을 구입하고 아주머니와 인사를 했다.

다시 쉬린제 마을을 가도 지금의 순간은 만날 수 없을 것 같다.


터키 쉬렌제 와인마을

남자들 나이는 못 속여

터키 셀축 골목길
터키 쉬렌제 와인마을

터키 셀축의 골목길


셀축은 에페스에 가기 위에 잠깐 들리는 곳이다. 우리는 왜 여기 가게 되었는가? 파묵칼레에서 이스탄불로 가기에는 너무 멀었기 때문에 중간 지점인 셀축에서 잠깐 쉬고 야간 버스로 다시 이스탄불로 이동하기로 했다. 파묵칼레(데니즐리)에서 셀축은 약 3시간 정도이다. 아침에 7시경 출발했으니 점심쯤 셀축에 도착했다. 도착해서 돌무쉬를 타고 쉬렌제를 갔다가 15시경에 돌아왔다. 정말 작은 도시이고 황토색이란 느낌이 가득하다.


여행지도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빈말은 아닌 것 같다.

셀축에서 그냥 잠시 스쳐간다는 느낌이었는데 돌아와서 책을 보니 이렇게 오래된 유적을 고이 간직했던 마을이라니...


문화유산이 많은 터키에서도 단연 첫손가락에 꼽히는 에페스가 지척에 있는 도시. 에페스와 함께 고대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아르테미스 신전 등 셀축은 고대로부터 역사의 중심지로 명성이 자자했다.

셀축은 도시 곳곳에서 고대의 향기가 느껴지며 터키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셀축의 중요성은 단지 에페스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사도 바울이 전도여행 중 가장 오래 머물렀던 곳이며

성모 마리아의 집, 성 요한의 교회 등 기독교 역사에서도 셀축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따라서 사시사철 순례객과 관광객이 몰려드는 것은 당연한 일.

셀축에 도착했을 때 마을에 잔치가 열린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성인식이다.


왕자 옷 같은걸 입고 마을을 돌아다닌다. 근데 주인공의 표정은 어둡다.

이러한 의식이 바로 터키의 성인식이라고 하고, 터키어로는 Sunnet(수네트)라고 한다. 수네트 의상을 입고 자기가 살고 있는 마을을 돌아다닌다. 이 것 또한 자기 집안이 좋으면 좋을수록 거창하게 한다고 한다. 저 녀석 말을 탄 거 보니 집이 부유한가 보다. 아이들도 뒤를 많이 따른다. 콩고물이라도 떨어지나? 우리나라 남자 아이들이 포경수술을 하는 것처럼 터키 어린이들은 포경수술을 하기 전에 이러한 의식을 거친다고 한다. 그래서 표정이 어두운가 보다.


왕자처럼 옷을 입는 것은 할레(성인의식으로 포경수술)를 하기 전 축하 의상을 입혀서 즐겁게 해준다고 한다.

이건 뭐 주인공은 수술 전이라 전혀 즐겁지 않은가보다. 터키의 성인식이 이렇게 하는 건지 알고 갔다면 춤추는 틈에서 더 열심히 춤도 추고 어울렸을 텐데 말이다. 그리고 이런 모습을 보기 쉽지 않다고 한다. 셀축이라는 작은 마을에서는 더 더욱. 다른 나라의 문화를 온전히 느낀 순간이다. 타인의 일에도 축제처럼 함께 웃고, 축하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이들의 전통은 오랫동안 이어져 오고 있나 보다. 우리나라 두례나 전통적인 농경사회의 풍습은 어디로 갔을까?(유사한 맥락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함께하는 것)


아는 만큼 보인다. 책도 아는 만큼 더 읽히고, 영화도 아는 만큼 더 보인다. 여행도 그런 것 같다. 여행을 통해서 뭐 대단한 영감을 얻지 못해도 좋다. 다만 현실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러일으키는 힘과 어떠한 '앎'을 얻어오는 것 같다. 셀축에서는 이런 문화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오늘도 길 위의 여행자다.

아직 알고 싶은 게 더 많다.

세상은 넓기 때문에.

터키 여행이 끝날 무렵

다시 이스탄불로 돌아가기 전

반나절 들렸던 셀축이라는 작은 마을

첫. 장거리 여행

첫. 배낭 여행


정말 서툴렀고

미친 듯 사진만 찍었던 기억이.


그래서. 사진을 봐도 여기가 어디가 어딘지.

무엇을 했는지 기억은 없네


그냥

사진을 찍었다는 기억밖엔,

셀축에서 다시 야간 버스를 타고 도착한 이스탄불
셀축에서 다시 야간 버스를 타고 도착한 이스탄불 버스터미널

이스탄불 탁심광장.

동서양의 문화가 만나는 중심지

이스탄불 탁심광장에서 서점에 들려

와.. 정말 사고 싶던 사진책을 두권 샀다. 그리고 스벅에서 아메리카노 흡입

이렇게 여행은 마무리

터키 이스탄불 오후

터키 이스탄불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에 자리한 터키 제1의 도시. 수도는 앙카라였다. 이스탄불이 아니라.

세계에서 유일하게 두 대륙에 걸쳐 있는 도시로 예로부터 유럽과 아시아의 가교 역할을 해 왔다.

그래서 터키 여행을 결정한 이유는 유럽의 느낌과 아시아의 느낌 두 문화를 공존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스탄불은 고대와 현대, 기독교와 이슬람, 동양과 서양의 만남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도시 곳곳에는

화려했던 지난날의 흔적인 성당과 자미가 세월의 이정표처럼 솟아있다. 구시가지의 고색창연한 유적지 사이를 누비다 길거리 카페에서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길 때쯤...

이국적인 트램의 풍경이 지나가기도 하고 신시가지는 세련된 도시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이스탄불은 여전히 사회, 경제, 문화의 중심지로서 부동의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동서 문화의 융합장과 세계의 수도였던 그 매력에 빠질 준비를 시작하려 한다.

소나기가 내리면 이스탄불에서 마지막 날이 생각난다.


해외여행을 하다 보면 이상에게 비 오는 날이 싫다.

비 오는 날 여행도 좋은데 어려서 그런지 더 많이 보고 싶은 마음에 날씨가 좋았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우산 쓰기 귀찮았는지 모르겠다. 터키 여행의 마지막 날. 숙소 앞에 있는 톱 스카프 궁전을 방문했다. 예상치 못한 소나기로 실내에서 꼼짝도 못하고 '숙소까지 갈 수 있을까?', '사진기 비 맞으면 안 되는데?' 이런 생각에 짜증이 났다.


소나기가 언제쯤 그칠까 하며 보게 된 건너편 모습. 잠시 비를 피하면서도 여행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나와 다르게 너무 여유 있어 보였다. "소나기가 내리네 여기서 쉬고 가자" 이 한마디를 못 건네고 짜증을 내고 있던 내 모습. 20일 여행 동안 한 번도 내리지 않았던 비에 감사하지 못하고, 순간의 날씨를 원망했던 내 모습이 아직도 너무 어린 것 같다.


어쩌면

다시 올 수 없다는 마음 때문에 조급함을 내고 있는 거일지도...

도하공항에서 환승이 길었지만

다른 문화의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좋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음.


다시

가도

터키


너무 좋았다.

동행해준 은화에게 고마움을


지나간 여행은 추억이 되고

떠나갈 여행은 설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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