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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omDK Oct 13. 2015

18/642 : 동네 나무에 이름을 짓기

수목원 앞에 살지 않아 다행이다.

글쓰기 좋은 질문 642를 씁니다.


연습장에 펜으로, 노트에 만년필로, 블로그에 키보드로 씁니다.

세 번을 쓰다 보면 처음과 마지막은 조금씩 달라지곤 합니다.

손에 쥐고 있는 노트와 블로그에 올려둔 텍스트를 간직합니다.


브런치에 올리는 '642'에 대한 답은

블로그에 있는 마지막 수정본을 내키는 대로 수정한

혹은 노트에 적어둔 글을 다시 읽으며 쓰는

'세 번째 수정본'이자 '네 번째로 쓰는 글',

'다시 읽고 써보는 글'이 될  듯합니다.




열여덟 번째 질문. 어린 시절 동네에 있었던 나무들의 이름을 지어라.


  서울, 반지하에 살던 아주 어린 시절에 그 집에 나무가 있었는지, 동네가 어떤 풍경을 그려내고 있었는지 선명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처음 내려온 제주도 집, 우리 집은 2층이었다. 건물 주인이 마당에 나무를 키웠던 건 알겠는데 특이하게 기억나는 나무가 없다. 당시 마당에는 나무보다는 귀여운 강아지들이 있었고, 어린 나와 동생은 그 생명들에 시선을 빼앗겼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사를 갔다. 그 집에는 크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무화과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먹을 수 있는 열매가 열리기는 하지만 내게 그 나무 열매는 맛도 없고 모양도 요상한 말 그대로 그냥 나무 열매였다. 그 무화과나무에 이름을 붙이자면 ‘너 때문에 말벌이?’ 이유인 즉 바로 옆 비가림막에 커다란 벌집이 생겼고 그 때문에 겁 깨나 먹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여담이지만 저 나무가 집 안에 있긴 했어도 복개천 동네다 보니 이렇다 할 나무가 없긴 했다.


  빌라로 이사를 갔다. 등하굣길에는 그 흔한 가로수도 볼 수 없었다. 학교로 가는 길이 대로변이 아니었기 때문인 듯. 학교 안에는 원형의 섬이 하나 있었는데 그 섬 가운데에는 여름에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던 큰 나무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그 나무의 이름은 ‘섬 속 그늘’로 정했다.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한라산 중턱의 우리 집. 집 안에는 어머니께서 기르시는 화초가 잔뜩 있다.  그중에서 크기가 가장 크고 존재감도 상당한 식물이 한 덩어리 있는데 그 나무의 이름은 ‘빨래 방해꾼’.


  작년까지만 해도 주차장 입구에서 자태를 뽐내던 커다란 아름드리 은행나무 생각이 났다. 지금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통째 뽑혀 사라져버린 그 은행나무의 이름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2015년 10월 2일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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