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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지 Sep 30. 2015

상상과 현실

상상한다는 행위 그 자체는 말한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상상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것은 이미 현실이다.

아주 미세한 감정까지 서술할 수 있는 장면이라면 더욱 그렇다.

만약 너와 내가 연인이 되어 내가 네 입술을 버릇처럼 쓰다듬고 있다거나

내가 그토록 바라던 교단에 서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라거나.

부모님께 사랑한다는 말을 밥 먹듯이 하고 있다던지 말이다.


또한 나는 노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일기를 쓰고 있고

너무 사랑하는 당신에게는 늙어 느릿한 눈을 깜빡일 때마다

세상 가장 아름다운 문장을 바치고 있을 것이라는 낭만적인 꿈 역시 포함하여.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진실로 실제가 되기 위해서는

대체적으로 구체적인 행동과 그것의 단계를 요한다.

때로는 거대한 용기와 각통을 필요로 하기도 하면서.


그리고 바로 그런 것들로부터 발생하는 내적인 불편감이 결국

허구의 결말로 끝나버릴 상상을 남겨놓는 법이다.

우리는 다만 이 불청객의 횡포에 떠나가지 않으면 된다.


오늘도 주눅들지 않으면 된다.


현실은 늘 상상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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