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것을 넘어 따갑기까지 한 가을 볕은
공공연히 보기 좋게 높고 파란 하늘에 의해 용서가 된다.
솔직히는 여름의 쨍함과도 맞먹는 그것이
선선한 바람에서의 편안에 또 한 번 자꾸만 달가워진다.
그렇게 한바탕 내리쬐는 햇살이 유난히 따스한 것
어디든지 닿아서는 유달리 반짝이는 것이 될 때, 비로소 가을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렇게 모든 것들이 화목하게 끌어안고 있다.
그래서 가을은 조화롭다.
당신의 눈과, 코와, 입이 조화롭다.
아가 걸음마 걷듯
이마를 거쳐 코를 타고 입술을 흘러내려와
턱끝에 도착하기까지의 경로가 내 눈에 조화롭다.
서로의 몸통을 타고 흐르는 기류가 함부로 따뜻하다.
그러나 역시
당신 자체로부터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또 사랑하며
찾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명료히 정의 내릴 수가 없다.
그저 눈을 감고 계절을 받아들이듯.
모든 무언의 합들이 내 온몸과 감각들을 향해 고함을 지를 때.
소리치는 것으로 모자라 두들겨 패기까지 할 때.
비로소 내 옆의 사람과 이 행복한 고통 앞에 항복을 외치는 것.
깊숙함에 비례하여 생길 상심 앞에서도 기꺼이 용기가 생기는 것.
그리하여 그제야 한 사람의 눈이, 코가, 입이 진실로 예뻐 보이는 것.
무작정의 시작이다.
어느새 가을이, 무작정 좋아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