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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지 Oct 04. 2015

계절처럼 좋아한다는 말

뜨거운 것을 넘어 따갑기까지 한 가을 볕은

공공연히 보기 좋게 높고 파란 하늘에 의해 용서가 된다.

솔직히는 여름의 쨍함과도 맞먹는 그것이

선선한 바람에서의 편안에 또 한 번 자꾸만 달가워진다.


그렇게 한바탕 내리쬐는 햇살이 유난히 따스한 것

어디든지 닿아서는 유달리 반짝이는 것이 될 때, 비로소 가을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렇게 모든 것들이 화목하게 끌어안고 있다.

그래서 가을은 조화롭다.


당신의 눈과, 코와, 입이 조화롭다.


아가 걸음마 걷듯

이마를 거쳐 코를 타고 입술을 흘러내려와

턱끝에  도착하기까지의 경로가 내 눈에 조화롭다.

서로의 몸통을 타고 흐르는 기류가 함부로 따뜻하다.


그러나 역시

당신 자체로부터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또 사랑하며

찾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명료히 정의 내릴 수가 없다.

그저 눈을 감고 계절을 받아들이듯.


모든 무언의 합들이 내 온몸과 감각들을 향해 고함을 지를 때.

소리치는 것으로 모자라 두들겨 패기까지 할 때.

비로소 내 옆의 사람과 이 행복한 고통 앞에 항복을 외치는 것.

깊숙함에 비례하여 생길 상심 앞에서도 기꺼이 용기가 생기는 것.


그리하여 그제야 한 사람의 눈이, 코가, 입이 진실로 예뻐 보이는 것.

무작정의 시작이다.


어느새 가을이, 무작정 좋아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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