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전화기를 붙들고 살면서
전화를 제 때 받는 법이 없다
콜백은 늦거나 없고
혹시라도 무슨 일이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지만
못 본 척은 특기요, 안읽씹은 취미일 뿐
걱정했던 일들은 없어 다행이다 생각하면서도
한편에 쓸쓸함이 쌓인다
일주일에 한 번씩 업데이트되는 드라마도
이렇게까지 기다린 적이 없는데
3일에 걸쳐 한 주제에 대한 대화를 겨우 끝낼 때면
시간 아깝단 생각과 불쾌함도 몰려온다
'이럴 거면 그냥 연락을 하지 말지'
'그래서 본다는 거야 만다는 거야'
라는 생각들이 머리에 차오를 때쯤
일방적으로 거리를 두고 지낸 적이 있다
예민하게 구는 건가 스스로를 돌아보다가도
유독 그 사람과 함께할 때만 느끼는 부정적 감정들에
상대방이 정말 순수한 마음이었을까 하며
그 친구의 말버릇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해"
"아니 그건 좀 아닌 것 같아"
"난 잘 모르겠는데"
"근데 그거 너한테 안 어울려"
"내가 왜?"
"난 안 그러는데"
가끔은 일부러 이러는 건가 싶을 만큼
나에게 동의하는 일과 공감하는 일이 적었다
사소한 스몰톡부터 시작해서
하나하나 많은 대화들은 부정적인 뉘앙스였고
말투도 선택하는 단어들도 그리 유쾌하지 않고
뭔지 모를 쿨함을 풍기려 애쓰는 느낌이었다
자신은 MBTI 중에 세 번째가 T라며
직관적이고 부정적인 언행을 합리화하는 친구에게
괜한 오지랖을 잠재웠다
부정적이고, 직설적이고,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걸
왜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적용시키지 못할까
유행하는 물결에 자신의 무례함을 씻어 내리고 있다는 걸
어쩌면 본인이 제일 잘 알 것이다
그걸 굳이 마주하게 하는 건 내 역할이 아니라 생각했다
언젠가 마주할 거울이 많은 걸 말해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