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친구는 짝퉁을 진품이라 속여
아베크롬비 후드티를 정가의 절반 값에 팔았고,
카메라 수리를 하러 갔던 곳에서는
신제품이 있다며 내 좋은 카메라와 바꿔치기를 했고,
지인을 통해 핸드폰을 바꿨더니
몰래 아이패드까지 구입해 소액 할부를 해놓았었다
곳곳의 사기꾼들에게 당하고 있으면서
정작 그때는 사기를 당하는 줄도 몰랐다
친구, 애인, 지인 등과의 관계 속에서도
종종 뒤통수를 맞거나 손해 보는 느낌이 들곤 했다
재밌는 건,
거짓말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똑똑하다고 착각을 하지만
남을 속였다는 일종의 쾌감이나
한고비 넘겼다는 안도감에 만족하다가
긴장을 풀어버리고 스스로가 이실직고를 해버린다
사기꾼이 곳곳에 판쳤지만
불필요할 만큼 솔직하게 행동했던 이유는
온전히 스스로를 위해서였다
스스로가 정한 기준치에서 떨어지는 사람이 되는 걸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더 힘들어
티 나는 거짓말에도 똑같은 거짓말로 대응하지 않았다
그렇게 피곤하게 삶을 갉아먹기가 싫었고
조금씩 누적된 거짓들이
나와 내 삶 전체를 거짓으로 만들 것만 같았다
그런데 이런 성향으로 살아가다 보니
상처받는 일이 꽤 많이, 자주 일어난다
모든 물음에 정직할 필요가 없었지만
매 순간 진심을 이야기했다
어차피 알아주는 사람도, 알아듣는 사람도 없는데
'누군가는 한 번쯤 알아듣겠지'라는 기대를 하며
그렇게 매번 진심이었다
세상의 때는 최대한 늦게 묻고 싶은데
하루하루 지낼수록
불필요한 사실들과 알고 싶지 않은 것들을
더 빨리 쉽게 배우는 것만 같다
몰라도 될 것들을 더 많이 체득하게 된다는 걸 알고
어차피 사람들은 내 진심을 못 알아듣는 걸 알면서도
또다시 상대방에게 진심을 전하며 살 것 같다
'이렇게 살다 보면 주변에 이런 사람들만 모이겠지'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