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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구 Dec 05. 2020

독서모임장의 책 읽기 - 장소와 용품

독서는 장비빨

   독서모임을 운영하다보면 독서 루틴이나 기록에 대한 질문을 받는 일이 종종 있는데요. 그래서 이번에는 제가 책을 읽는 법에 대해 써보려고 합니다. 사실 별 건 없습니다.. 저도 그냥 장비빨을 세우는 사람이라서..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길 바라며 써봅니다. 모든걸 한 번에 오픈하면 재미없으니까(실은 제가 힘들어요) 총 세 편으로 나누어 써보려고 해요.


<독서모임장의 책 읽기>
1. 장소와 용품
2. 기록과 루틴
3. 책 고르는 법과 좋아하는 작가, 서점 등


오늘은 첫번째 주제인 '장소와 용품'에 대해 써보겠습니다.




1. 장소

   제가 독서량이 많은 사람처럼 비춰지는지, 가끔 저한테 24시간 책을 끼고 사는 것 같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아 물론 책을 24시간 끼고 사는 것이지 24시간 읽는 것은 아니랍니다.  
   

   저는 일단 외출할 때 책은 반드시 챙겨요. 안 그럼 불안하더라구요. 이북리더기를 구매한 이후엔 종이책 한 권 + 이북리더기 이렇게 챙기고 있습니다.


1) 카페

카페에서 책 읽기 : 주로 엄지북홀더를 사용한다. 코로나19 때문에 카페에서 책 읽은지 무척 오래되었음.. 또륵..

   이 시국에 이 사진들을 보고 있으니 무척 그립네요.. 과거의(ㅠㅠ) 저는 카페에서 책 읽는 걸 무척 좋아했습니다. 아름다운 카페에는 그 곳에 베어 있는 그 장소만의 정취가 있고, 덕분에 책 읽는 행위 자체가 굉장히 낭만적으로 느껴졌었는데요. 저는 그런 일상의 낭만을 누리기 위해 카페를 자주 찾곤 했어요. 2020년이 되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는데, 그 중 가장 아쉬운 건 카페에서의 고요한 시간들인 것 같아요.



2) 버스나 지하철

버스에서 책 읽기 / 지하철에서 책 읽기 : 집중은 잘 되지만, 밑줄을 긋기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버스나 지하철에서는 짧은 거리를 이동하더라도 웬만하면 책을 펼칩니다. 저는 신기하게도 이동 중 읽는 내용이 기억에 오래 남더라구요. 특히나 에어팟 프로를 사고 나서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 덕에 대중교통에서 진짜 땀 날 정도로 집중이 잘돼요(땀 날 정도로 집중 잘되는 거 뭔 줄 아시죠). 너무 재미있는 책을 만난 날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할만한 가장 먼 거리의 일정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한답니다.

   이동 중 독서의 유일한 단점은 책에 밑줄 긋기가 힘들다는 점인데요. 졸릴 때 그어 놓은 것처럼 엄청 삐뚤빼뚤 그어져서.. 그 점이 아쉬워요. 밑줄 긋다가 삑사리 날 때마다 엄청난 평형감각과 대단한 아귀 힘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3) 책상

책상에서 책 읽기 :  책상 구조를 자주 바꾸는 편..
가장 최근의 책상 사진(왼) / 식탁에서 책 읽기(오)

   집중해서 읽어야 할 때, 발췌할 내용이 많을 때, 관련 레퍼런스를 검색하며 읽어보고 싶을 때 찾는 곳입니다. 하루 중 이 곳에서 보내는 시간이 회사 다음으로 가장 긴 것 같아요. 독서모임을 진행하려면 책을 굉장히 샅샅이 훑어야하기 때문에, 모임에서 다루는 책은 책상에 각 잡고 앉아서 필기를 하며 읽곤 합니다. 스프레드시트에 정리해둔 독서 리스트를 살피면서 참고할만한 도서가 있을지도 살펴야하고, 노션에 메모도 남겨야하니까 노트북은 필수겠죠?



4) 소파

   원래는 집에 소파가 없었는데요. 최근에 구입한 뒤로는 이 곳이 저의 페이보릿 장소가 되었어요. 소파에서는 세상 편한 자세로 책을 읽을 수 있지만.. 편한 자세 = 허리와 목에 안 좋은 자세이기 때문에 소파에서는 웬만하면 책을 읽지 않기로 했답니다(흑흑)



5) 침대

   자기 전 30분~1시간 정도 누워서 이북리더기로 책을 읽습니다. 정말이지 엄청나게 마약 같은 시간인데요.. 어둠+조용함+침대+(겨울엔 온수매트)+이북리더기는 한 번 중독되면 헤어나오기 힘든 마성의 조합입니다.. 다만 이 시간에 읽는 내용은 노곤한 상태에서 읽기 때문에 머릿 속에 거의 남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기 전에는 주로 추리소설과 호러 단편을 읽어요. (그래서 악몽을 자주 꿉니다. 조그만 자의식 때문인지 내 꿈인데도 맨날 내가 첫번째 피해자임)



6) 각종 벤치

아무데서나 책 읽기 : 날씨가 좋은 날엔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곤 한다. 요즘엔 코로나때문에 자제하는 편

   날이 좋을 땐 아무데나 앉아서 책을 읽습니다. 이 시간을 즐기기 위해 강박적으로 매일 책을 챙겨 나가요. 책을 깜빡한 날 날씨가 좋으면 그만한 낭패가 또 없잖아요! 밖에 앉아 책을 읽을 땐 주로 데자와를 곁들입니다. 저만의 공식 독서 음료..>.<





2. 독서용품


1) 연필과 샤프펜슬

   저는 책을 깨끗하고 곱게 읽는 법을 잘 모르는데요. (요즘에는 너무 좋은 책이 있으면 일단은 평소대로 밑줄 긋고 메모하면서 읽고, 깨끗한 소장용을 따로 삼^^) 메모는 플러스펜으로 쓰는 것을, 밑줄은 굵고 진한 심으로 긋는 것을 좋아합니다. 유명하다는 블랙윙을 시작으로 여러 연필과 샤프펜슬을 거쳤는데요. 제가 정착한 제품들은 위 사진과 같습니다.

   특히 카웨코와 오토 제품은 무게가 가벼워서 들고 다니기에 부담이 없어요. 굵기도 적당하구요. 코이누어 제품은 진짜 두껍고 진짜 무거워서 주로 집에서만 씁니다.



2) 메모지와 라벨지

   메모는 책에 직접하는 경우도 있고, 메모지에 써서 마스킹테이프로 붙여놓는 경우도 있습니다. 메모지는 주로 아날로그키퍼 제품을 쓰는데요, 종이가 매끄럽지만 펜이 미끄러지진 않을 정도여서 좋고, 또 번짐이 적습니다. 얼마 전에 인스타에 올린 메모 사진을 보고 친구가 보관은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봤었는데, 책과 관련된 내용은 주로 책에 끼워두고요. 갑자기 떠오른 생각을 적은 메모지들은 위 사진의 좌측, 페이퍼홀더에 끼워서 보관합니다. 날짜를 써서 보관하면 찾기가 쉬워요. 가격도 홀더 하나당 2,000원이어서, 한 달에 하나씩 쓴다고 하면 큰 부담  안되는 것 같아요.

   라벨지는 기억하고 싶은 내용을 표시할 때 사용해요. 화살표 몸통 부분을 책 밖으로 튀어나오게 한 뒤에 접어서 붙이면, 포스트잇으로 표시하는 것처럼 선명하게 잘 보입니다. 포스트잇 가격도 은근 부담이라, 표시하고 싶은 게 많은 독자인 제게는 라벨 스티커가 저렴하고 좋더라구요.



3) 책갈피

   제가 또 책갈피 욕심이 있는 사람이라..(뭔들..) 전시를 보거나 독립서점에 방문할 때면 꼭 하나씩 받거나 산답니다. 그 덕에 이제 더 사지 않아도 될 정도로 모였네요. 이렇게 여럿 모아두고 사용하면 그 날 그 날 기분에 따라 골라 들고 나갈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작은 변화들이 생각보다 큰 산뜻함을 주더라구요.



4) 북커버

   믿으실 지 모르겠는데, 한 번은 지하철에서 노골적인 메시지가 담긴 책을 펼쳐 읽고 있다가 어떤 분이 일부러 제 발을 밟고 간 적이 있습니다. 진짜 발가락이 으스러지는 줄 알았어요.. 저는 그 분이 저를 뚫어져라보길래 뭔가 문제가 있나 싶었는데 그렇게나 힘주어 밟고 가신 걸 보면, 제 기분 탓은 아닌 것 같아요. 그 이후에 부쩍 북커버를 사용하는 일이 늘었습니다. 제가 읽고 있는 책을 완전한 타인에게는 노출시키고 싶지 않아져서요. 뭔가 민망하거나 공격당할만한 소지가 있는 책을 들고 나갈 때 좋은 용품인 것 같아요. 물론 일차적으로는 책 제목 따위로 공격하는 사람이 문제고, 또 나를 조심하게 만드는 이 사회가 문제겠지만 뭐 조심해서 나쁠 거 없으니까요. 예쁘기도 하고요.

   사진 속 가장 우측의 공예가 제품이 제가 사용한 첫 북커버 제품이구요. 이후에 3개가 더 생겼어요. 요즘에는 비스켓 스튜디오 제품을 자주 씁니다. 크고 두꺼운 책은 안 들어가니 유의하세요! 알라딘 사은품은 너무 빳빳해서 잘 쓰진 않구요. 공예가 제품은 책을 잘 잡아주고, 가름끈도 달려 있어서 편해요.



5) 산책가방

   제가 너무나 애정하는 미온전의 산책가방입니다. 두 제품 모두 나름의 장점이 있는데요. 우측의 구 버전은 신 버전보다 더 빳빳해요. 뉴버전은 굉장히 흐물거리는데 덕분에 양장본을 끼우면 딱 좋습니다. 요즘에는 두꺼운 양장본은 뉴 버전의 산책가방에, 에세이나 시집처럼 얇고 잘 휘어지는 책은 구 버전의 산책가방에 들고 다닙니다.

   이 가방의 특히 좋은 점은, 백팩을 사용할 때인데요. 책 읽고 싶을 때마다 백팩에서 꺼내기 불편하잖아요. 그럴 때 이거 하나 더 챙겨주면, 언제 어디서나 책을 펼칠 수 있어 좋습니다.



6) 기타 용품들

   리디페이퍼 프로는 정말로 강추입니다. 리디셀렉트를 사용하는 분이시라면 당연히 더 좋습니다. 저는 뭔가 소장하고 싶진 않은데 읽고 싶은 책들을 이북으로 삽니다. 또, 페이지수가 엄청나서 들고 다니기 힘든 책도 이북으로 사요. 요즘에는 장르 문학을 이북으로 많이 사는 것 같아요.

    프란드의 엄지북홀더는 처음 만났을 때 정말 엄청난 신세계였습니다. 한 손으로 책을 이렇게 힘 있게 고정시킬 수 있다니.. 하면서 감탄했던 기억이 나요. 원목의 질감도 향도 무척 마음에 드는 제품이라 사용하지 않는 날도 꼭 챙겨 나갑니다.

   더블클립 골드와 펜코 메탈클립은 책을 고정시킬 때 주로 사용합니다. 두 제품 모두 종이를 힘있게 잡아주기 때문에 필사나 메모가 하고 싶을 때 책이 넘어가는 것을 방지해줘요. 더블클립의 경우에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디자이너분께서 사용하시는 것을 보고 따라 샀는데요. 넘 잘 따라한 것 같아요.. 디자이너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재밌게 읽으셨나요? 이렇게 적다보니 이 글을 읽은 여러분들이 갖고 계신 용품들도 무척 궁금하네요. 제가 위에 적어 둔 용품들보다 더 좋은 것이 있거나 다른 추천제품이 있다면 댓글로 꼭 알려주세요! 아, 그리고 독서 수첩은 '기록'편에서 쓰려고 아껴뒀어요. 제가 사용하는 노트가 궁금하신 분들은 다음 편을 기다려주세요!

   그럼 다음에는 '루틴과 기록' 편으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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