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들은 어떻게 돈을 쓸까? 90년생이 말하는 요즘 애들 소비 가이드
* 본 매거진에는 들불 팀원들이 일요일마다 온라인에서 만나 비즈니스 아티클 스터디를 한 내용을 정리하여 올립니다.
3/15(일)에도 역시 아티클 스터디를 진행했습니다. 오늘의 리뷰 아티클은 퍼블리에서 19년 10월 발행한 '요즘 애들은 어떻게 돈을 쓸까? 90년생이 말하는 요즘 애들 소비 가이드'입니다.
원더 : 우선 다른 아티클에서와 달리 본 아티클에서는 '탈코르셋'을 언급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저자 본인이 동세대 사람이어서 그런지 사회적인 맥락을 잘 짚어주는 것 같았어요. 90년대생은 얼짱 인플루언서를 보며 자란 세대인만큼 스스로를 꾸미고 드러내는 것에 대해서 윗세대보다 더 자연스럽게 여기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 현상을 '자기애'와 결부시켜 설명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인플루언서와 개인의 관계를 더 면밀히 살펴보면 생각 이상으로 다양한 사회적 맥락들이 얽혀있을 것 같아서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저자가 현상을 조금 피상적으로 분석한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티클에서 '타인보다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은 것은 인간 본연의 욕망이기 때문에 탈코르셋 운동이 확산된다고 해서 뷰티 산업 전체가 하향세를 그리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라는 부분이 있었는데 팀원들은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구구 : 저는 일단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은 것'이 인간 본연의 욕망이라기 보단 외부요인에 의해 학습되고 내재화된 욕망일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요즘 세대들은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은 것'에 외모뿐 아니라 부지런하고 씩씩한 나, 당당하고 잘난 나, 끊임없이 무언가를 도전하는 나 등 다양한 모습을 포함시키고 있다고 생각해요. 아티클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가 '90년대생은 타인에게 노출되는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잖아요. 그 '이미지'를 구성하는 요인들이 외모 하나만은 아닌 것 같아요.
사라 : 제 생각에 탈코르셋 운동이 성공하려면 한국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외모 지상주의부터 해결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저도 구구님의 의견에 동의하는게, 실제로 아리따움이나 미샤 같은 매장들이 많이 없어지고 있더라구요. 뷰티 산업이 어느 정도 타격을 받고 있는 건 맞는 것 같아요.
원더 : 저는 아리따움, 미샤 같은 매장이 없어지는건 뷰티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해서인 것 같기도 해요. 인스타그램 마케팅으로 성공한 힌스나 라카 같은 브랜드를 보면 뷰티 산업이 아직도 건실한 것처럼 보이거든요.
그리고 저도 타인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은 것이 '인간 본연의 욕망'이라기 보다는 우리가 계속해서 사회적으로 주입을 받아왔기 때문에 생겨난 사회적 욕망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탈코르셋 운동이 점차 이상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면 꾸밈을 하고 싶은 사람은 하고, 하기 싫은 사람은 안해도 그 누구도 평가받지 않는 사회를 지향점으로 삼게 될 것 같거든요. 여성들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꾸밈에 대한 욕망을 거세당한 채 살아왔기 때문에 그들도 여성과 마찬가지로 꾸미기 시작한다면 뷰티 산업 자체가 하향세는 타더라도 망하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라카라는 브랜드의 경우 '젠더 뉴트럴 메이크업 브랜드'라는 모토로 운영을 하더라구요. 제 주변에도 베이스 메이크업을 안하는 남성이 없을 정도니까 이런 점을 고려해봤을 때 뷰티 산업이 망할 것 같진 않아요.
탈코르셋 운동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해볼게요. 욕망이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이라도 그것을 의식적으로 하지 않아야한다고 해서 완전히 없앨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심리학적으로도 '하면 안된다'라는 사고가 인지왜곡의 범주에 들어가거든요. '이렇게 하면 안돼' 같은 것들이 자아정체감에 안 좋은 영향을 줘요. 이런 사고는 부정적인 사고를 유발하고 그게 심해지면 병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탈코르셋 운동이 지속되려면 운동의 확산을 위한 방법을 바꾸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꾸미는 나'라는 한 극단에서 '탈코르셋을 한 나'라는 또 다른 극단으로의 갑작스런 변화를 겪을 때, 그 사람이 가지게 되는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통합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개인에게 너무 힘든 문제일거라고 생각돼요.
사라 : 90년대생이 보여지는 것에 가장 집중하는 세대이기 때문에 탈코르셋 운동도 '보여지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아요. 나 자신을 통해서 운동의 성격을 보여주고 참여를 유도하는거죠.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비교하는 사진을 올린다거나 화장품 부순 사진을 올리면서요. 코덕이든 탈코르셋을 한 디폴트 여성이든 각자 추구하는 바가 다른데도 그것을 지향하는 방법이 동일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한 현상인 것 같습니다.
구구 : 저 요즘 소위 '디자이너 브랜드'라는 곳들이 외국인을 모델로 삼는게 굉장히 재미없고 이상하게 느껴져요. 저만 그런가요?
원더 : 외국인 모델을 세우는 건 아마 비용 문제가 클거예요. 브랜드 이미지와 부합한다고 판단해서일수도 있지만요.
사라 : 저는 좀 유명하다는 인쇼가 착용컷을 카페에서 찍고, MD들이 리뷰라며 폰카로 찍은 사진을 올리는게 SNS에 적합한 방식으로 판매를 하려는 전략 같아서 재밌더라구요.
원더 : 요즘엔 스튜디오가 아예 카페처럼 인테리어 되어있대요. 실제 카페는 아닌데 카페처럼 조성해놓고 사진을 찍는거죠. 마치 일반인들이 유명 카페에 가서 인생샷을 남기는 것 처럼요.
구구 : 저는 아티클에서 '고객을 고객으로 보기보다 팬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실 어느 정도 팬으로서 속성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라는 부분에서 크게 공감했어요. 모두가 좀 과몰입한 상태인 것 같아요. 쇼핑몰 사장이나 인플루언서도 사실 그냥 일반인이잖아요. 근데 유독 그들의 작은 실수에 크게 질타하고 휙 돌아서는 경우가 많은 것 같더라구요. 그것도 하나의 현상이 된 것 같아요.
원더 : 아마도 보여지는 것을 다 믿어버리는 것에서부터 모든 문제가 시작되는 것 같아요. 90년대생들은 타인에게 가혹한만큼 스스로에게도 가혹하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래서 타인이 저지른 한 톨의 실수에도 크게 실망하고 단죄하려는 경향이 강한 것 같아요. 그리고 인플루언서들이 상품뿐만 아니라 자신의 라이프스타일도 팔고,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아는 언니인 것처럼 구니까 소비자들이 더 그들과의 관계에 몰입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게 팬덤화되는거구요.
사라 : 저는 요즘 사람들이 타인을 쉽게 우상화하려는 것 같아서 우려되더라구요.
원더 : 저도 누군가를 우상화하는 일은 경계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우상화라는게, 타인을 보고 있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고 오로지 그 사람만 보게 되는 현상이잖아요. 이런 현상에 과도하게 몰두하다보면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를 잊게 되는 것 같아요.
구구 : 저희도 사업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될텐데, 평소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을 만나더라도 팬심을 드러내는 건 잠깐이고 상대를 비즈니스적인 마인드로 대할 수 있어야겠어요. 저도 간혹 평소에 선망하던 일반인을 만날 때 쉽게 들뜨고 흥분하는데, 사업에 있어서 도움이 되는 태도는 아닌 것 같아요.
구구 : 저는 아티클에 크림히어로즈 영상이 있어서 놀랐어요. 크림히어로즈가 사회에 주는 부정적인 영향을 익히 들어 알고 있으니까요. 유튜브를 보고 영향을 받아서 품종묘, 품종견을 키우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더라구요. 그리고 동물 유튜버들이 잘되니까 너도나도 잘될거라 생각하고 뛰어드는데 저는 그게 걱정이에요. 콘텐츠를 위해 아이들을 이용하고 버리는 사람이 늘어날까봐서요.
한편으로는 제가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제 개인적인 가치관이나 신념에 대해 어디까지 이야기해야할지에 대해 고민이 생기기도 했어요. 저자는 비즈니스적으로 성공한 사례 중 하나로 크림히어로즈를 가져왔지만, 저라면 제 가치관과 어느정도 부합하는 다른 성공사례를 찾아왔을 것 같거든요. 저는 이런 아티클 사례 하나에도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인데, 일을 진행하면서 이런 불편함을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반대로 내 신념에 대해 너무 자세하게 밝혔다가 사람들이 등 돌리는 경우도 생길까 염려되기도 하구요.
원더 : 저는 사람마다 개개인의 맥락이 있다고 생각해요. 본인이 습득한 정보의 양이나 내용에 따라 어떤 현상에 대해서는 전혀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거예요. 만약 우리가 가진 정보를 상대가 전혀 모르고 있다면, 그리고 그 사람이 우리와 함께 하고자하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우리의 의견에 수용적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우리랑 비슷한 사람이라고해도 디테일은 다를 수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우리의 일에 참여하는 사람들 저마다의 디테일이 다르더라도 바라보는 방향만 같다면 큰 문제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구구 : 저는 바디 프로필 사진을 찍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그리고 여성들의 바디 프로필이 여전히 날씬하고 굴곡진 몸매를 드러내는 데에 치중하고 있는 것 같아 불편했어요.
원더 : 제 친구가 저희 사업 이야기를 듣더니 여성 런닝 크루가 없는게 아쉽다며 꼭 만들어달라고 했어요. 많은 런닝 크루들이 뛰고 나서 뒷풀이를 가지는데, 그 술자리에 끼지 않으면 겉돌게 되는 문화가 불편하다더라구요.
원더 : 여성 전용 게스트하우스에서 페미니즘 이야기도 하고 워크샵도 진행하는 여행 상품을 개발, 진행하면 좋을 것 같아요. 만약 저희가 하게 된다면 여성 게스트하우스 운영자와 협업해서 진행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구요. '같이 가는 워크샵' 같은 걸루요.
사라 : 여행 관련 산업은 영상 금손, 사진 금손들처럼 기술적으로 너무 잘난 사람들을 내세워서 마케팅을 하는 경향이 심한 것 같아요. 처음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여행 커뮤니티를 표방하던 곳도 점차 사진의 퀄이 좋아지면서 사람들이 그 사진을 보며 괴리감을 느끼게 되는거죠. 나도 여행가서 저렇게 잘 찍어야하나? 나도 저정도 인생샷은 남겨야하나? 하면서요. 완벽한 사진을 남겨야 여행을 잘 즐긴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구요.
원더 : 저는 그래서 청춘여락이 잘됐다고 생각해요. 가식 없이 다 보여주려고 하니까요. 그리고 아까 여행 상품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최근에는 강원도 부근에서 북스테이를 할 수 있는 곳들이 있다고 해요. 그런 곳을 컨택해서 협업하면 재밌을 것 같아요. 여성들끼리 함께 다녀올 수 있는 영화제 프로그램을 기획해도 좋을 것 같구요.
원더 : 아티클에 밀키트에 대한 언급이 있었는데, 저는 밀키트가 오히려 잘 안될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밀키트 하나 소비하는데 발생하는 쓰레기가 어마어마하니까요. 우리 세대 혹은 우리 바로 다음 세대는 점차 환경 문제에 주목하고 있는 추세인데, 이런 걸 상품에도 반영할 수 있게끔 고민하지 않으면 바로 도태될 것 같아요.
구구 : 저는 요즘 그 공간에 있는 사람들이 멋져보여서 가고 싶은 곳에 주로 가요. 맛보다는 공간의 이미지가 제게 더 선명하게 남는 것 같기도 해요. 이런걸 보면 결국은 사람이 공간을 완성하는구나 싶어요.
원더 : 에어비앤비가 한국에서 인지도가 낮던 시절에 내세웠던 전략 중 하나가 자신의 타겟층이 올 것 같은 공간에 홍보 책자를 깔고 책자를 확인하는 사람들을 타겟으로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거였거든요. 공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만든거죠. 그리고 힙한 공간엔 힙한 사람들이 모이니까 저절로 그런 사람들이 에어비앤비에 접근할 수 있게 유도하는 전략을 사용했어요. 그 때 그게 굉장히 잘 먹혔다고 해요.
오늘의 온라인 스터디는 총 120여분간 진행되었습니다. 같은 세대의 이야기이다보니 할 이야기가 많았는데요. 긴 시간 유익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이상 오늘의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 다음 리뷰는 퍼블리에서 18년 7월에 발행된 '스타트업, 실패를 배우다 - 미친물고기 실패담'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