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말고 나는 초코

초코우유

by 타래

목욕을 할 때 순서가 있다. 아주 어렸을 때 그러니까 엄마가 허벅지 위에 나를 눕혀서 머리를 감길 때부터 들었던 습관인데, 순서는 간단하다. 세수를 하고, 온몸에 따뜻한 물을 뿌리고 ‘이태리 타올’이라고 부르는 때수건에 비누를 묻혀 몸 구석구석 먼저 살살 문질러준다. 그 다음은 좀 더 부드럽고 긴 타올에 바디클렌져를 펌핑해 거품을 많이 낸 다음 몸을 닦아내는 것이다. 그 습관은 벌써 30년이 다 되어간다. 무의식적으로 따라가는 순서.


대중목욕탕은 잘 가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여러사람이 들어왔다 나갔다하는 탕에 굳이 내 몸을 담궈 물에 때를 보태고 싶지도 않고, 어느 순간부터는 모두들 여자뿐이라고해도 나체로 우리 모두 다같이 돌아다니는게 불편하기도해서 말이다. 그런 불편한 생각에 근 3~4년을 다니지 않았던 목욕탕이 갑자기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제일 가까운 찜질방으로 갔다.


언제나 처럼 세수를 하고 이태리 타올에 비누를 묻혀 씻은 다음 사람이 없는 욕조에 들어가 몸을 불렸다. 집에 욕조가 없고 나서는 이렇게 오래 반신욕을 한 적 이 있던가? 몸을 불리고 다시 탕에서 나가 자리로 돌아가 아까 그 이태리 타올로때를 밀었다. 어렸을 땐 까만 때가 나왔던 것 같은데, 하얀 각질 뭉치들이 생겼다 물을 뿌리고 다시 밀고, 온 몸을 두 세번 그렇게 밀고 난 다음 부드러운 타올에 라임향 바디 클렌져를 묻혀 거품을 잔뜩내고 몸을 닦아냈다. 지압을 하듯이 꼭꼭 눌러 마사지를 한 다음 따뜻한 물로 헹군 다음 차가운 물을 한 바가지 떠서 문 앞으로 가 발에 뿌리고 문을 열고 나왔다.


간단하지만 한 번 다녀오면 온 몸에 힘이 다 빠져버리는 목욕. 지금은 ‘사람답게 살기위해서’라는 목표가 있어 반쯤은 의무적으로 하는 목욕이지만, 어렸을 땐 정말 싫었다. 일요일 새벽 늦잠자고 싶은 마음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엄마가 야속했고, 자꾸만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라는 소리도 정말 싫었다.하지만, 그렇게 싫어하는 나를 목욕탕으로 가게 했던 것은 바로 마법의 초코우유. 목욕이 끝나면 엄마는 나와 동생에게 초코우유를 사주셨다. 달달한 초코우유, 평상시엔 이가 썩는다고 절대 사주지 않았던 초코우유. 꼭 한 모금이 모자랐던 그 초코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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