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타래 Dec 23. 2021

셋. 전기차

2021년 나를 바꾼 열 가지

지구를 위해서 우리가 전기차를 타야 한대. 다음엔  전기차를 사도록 하자.”


유치원에서 지구 온난화, 환경오염에 대한 이야기를 한 모양이었다. 때마침 자동차의 할부가 끝나서 (꼭 바꾸겠다는 아니었지만) 차를 둘레둘레 알아보고 있었다. 우리는 디젤 suv를 타고 있었기 때문에 다음 차는 친환경 차로 하자고 남편과 종종 이야기하곤 했는데, 본격적으로 찾게 된 것은 이사를 하고 난 다음이었다.


걸어서 5분이던 유치원은 차로 15분 정도가 되었고, 마트든 어디든 가려면 운전을 해야 했다. 중장거리보다 단거리 운전이 많아지면서 주유비가 생각보다 많이 나와 ‘그럼 한 번 바꿔볼까?’하고 본격적으로 전기차를 알아보았다.


전혀 모르던 세계. 유명한 테슬라부터 막 공개된 아이오닉과 EV6, 그리고 여러 가지 외제차들과 중국과 중소기업에서 만든 2인용 전기차들도 알게 되었다. 일단 주유비라는 현실적인 이유가 가장 컸기 때문에 오래 기다려야 하는 차들은 제외, 너무 귀여운 모양의 2인용 자동차도 계약까지 했다가 안정상의 이유로 취소, 그러다 어느 날 남편이 기아차의 ‘니로’라는 차가 있는데 어떠냐고 제안했고, 사양과 디자인도 그럭저럭 마음에 들어서 계약을 하고 차를 받았다.


아들은 그저 자신이 전기차를 타고, 우리가 지구를 위해서 착한 선택을 했다는 것에 뿌듯해했고, 더해서 또봇 애슬론에 나오는 장고가 바로 이 차라며 좋아했다. 자신의 첫 로봇 장난감과 같은 차.


 전기차를 탄지 7개월 정도가 되었다. 우리는 모두 차에 만족하는 중이다. 전기차는 운행 중에도 아주 조용하고 부드럽다. 시동이 걸려 있는데 소음이 없어 다시 시동 버튼을 누를 정도, 내외부 소음이 없고 진동도 거의 없어 오래 차를 타고 있어도  피곤하다. 다만 소리가 너무 없다 보니 인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은 곳에서 사람이 차가 아주 가까이  때까지 모르는 경우가 있어 요즘은  멀리서 가볍게 클락션을 울리고 천천히 움직인다. 기름값 변동에 아예 관심이 없어졌다. 이렇게  개월 만에 전혀 모르고 지내게  줄이야.  마트나 공원에 가면  일을 보는 동안 충전을 한다. 아직은 전기차가 많지 않아 충전 자리가 거의 비어있다.


울산 집도 두 번 정도 다녀왔고, 여름 남해 여행도 전기차로 다녀왔다. 기다렸다 아이오닉이나 EV6로 하지,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지만 우리 가족은 모두 하양 빠방이를 애정 하는 중이다.


다만, 충전시간이 40분 정도라 400km 이상 장거리를 이동할 때는 중간에 꼭 쉬어야 한다. 충전 중에는 시동을 걸어두지 않는 게 좋다고 해서 40분 정도를 휴게소에서 먹거나, 놀아야 한다. 성격이 급한 사람들은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한다고 할 테지만 우린 그 시간도 즐겁다. 7살 어린이는 다음 차도 그다음 차도 나중에 커서 타게 될 자신만의 차도 전기차로 하겠다고 했다.


아! 누군가 전기차를 산다면 꼭 한 가지는 알려주고 싶다. 여름엔 정말 좋다. 차를 타고 에어컨을 틀자마자 시원한 바람이 나온다. 집에서 에어컨을 켰을 때와 같다. 겨울엔 덜 좋다. 아무래도 추운 날씨엔 주행 가능 거리가 줄어든다. 달릴 때 눈이 오면 본넷에 눈이 녹지 않고 쌓인다는데, 아직 눈 오는 날 운행은 해보질 않아서 거기까진 모르겠지만 다음 차를 살 때 정도엔 조금 개선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둘. 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