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 되는 관계, 독이 되는 관계에서 헤매지 않는 법
아마도 김창옥 선생의 강연이었던 것 같습니다. 인스타그램이었는지 쇼츠였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아주 짧은 영상이었어요. 어떤 관계를 지속할 것인가 아닌가를 고민할 때 돌아올 때의 느낌을 믿으면 된다는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콜라는 마시고 나서가 좋아요? 아님 마시기 전이 좋아요? 마시기 전이 더 설레죠? 달콤하고 시원하고 톡쏘는 걸 원해서 우리가 콜라를 마시잖아요. 마시고 나서야 '이게 몸에 안 좋은데,' 뭐 이런걱정 하시죠? 근데, 우리가 운동할 때는 어때요? 가기 싫잖아. 솔직히. 안 그래요? 뭔 핑계를 대서라도 피하고 싶죠. 그런데 끝나면? 운동을 딱 끝나면 개운하고 기분좋고, 막 성취감 느껴지고 그러잖아요?"
"관계도 그런거에요. 만남도. 만나기 전엔 막 설렜다가 돌아오는 길에 자꾸 뭔가 찝찝하게 만든다? 이건 나한테 좋은 관계가 아닌거에요. 그런 만남은 굳이 할 필요가 없습니다. 나의 느낌을 믿으세요. 그게 맞습니다."
사람을 만나 어떤 관계를 만들면서 쉽지 않은 일이긴 합니다. 우리가 만나고 싶지 않아도, 좀 불편해도 그냥 만나야 하는 경우가 있어요. 일을 하면서도 그런 경우가 있지만 사실 우리가 먹고 살기 위해서는 좀 불편해도 그냥 하면되요. 어쩔 수 없으니까.
그런데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관계에서는 다른 것 같아요. 제 경우는 동네 커뮤니티가 그렇습니다. 더 이야기 하자면 '아이 친구 엄마들' 이에요. 아이의 사회생활, 학교생활을 위해서 혹여 내 아이가 소외될까 하는 두려움에 계속 개운하지 않지만 만나는 엄마가 있어요. 학교와 선생님에 대한 신뢰를 흔드는 말을 하거나, 만남 내내 불평과 불만을 쏟아내기도 해요. 아주아주 개인적인 일들을 들추기도 하고, 자신이 꺼낸 마음만큼 상대도 꺼내길 바라기도 하죠. 궁금하지 않은 것들을 끊임없이 듣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빈번하게 서운함을 드러내기도 하더라구요.
사실 그 부분만 빼면 좋은 사람이었어요(근데 대부분 그렇죠. 사실 좋은 사람이야. 착한 사람이야. 마음이 약해서 그래...네?!). 함께 있는 모든 시간이 싫진 않아요. 즐거운 순간들도 있고, 궁금했던 것들이 풀리는 날도 있었어요. 무엇보다 저의 경우엔 또래의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아이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 참 좋았거든요. 길고 긴 홀로 육아의 터널에 같이 도란도란 이야기 하면서 나아갈 수 있는 동지를 만난 것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동네 커뮤니티가,
모두 나와 생각이 같을 순 없고 좋은 것이 더 크고 가치가 있으면 불편한 것은 조금 내려두고 소화시키는 것이 사회생활일 겁니다. 그렇지만 자꾸 곱씹어보게 하는 관계는 거리를 두어도 괜찮아요. 내가 가장 소중하잖아요.
시간을 함께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고민하게 만드는 사람은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에요.
그것이 저처럼 작은 커뮤니티든, 연인과의 관계든, 친구와의 관계든,
정리하고 거리를 두어도 괜찮아요. 나를 위해서 말이죠.
이렇게 글을 마무리 하려고 하다가 문득, 추석이 몇 일 남지 않은 것이 생각났어요. 많은 이들이 친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걱정의 탈을 쓴 공격을 받겠네요. 저도 나이가 들어 그런지 예전처럼 "듣기 싫은 소리를 걷어차버려. 알아서 할테니까 신경끄라그래." 라고 이야기는 못하겠어요. 그렇지만 우리 들어서 소화가 안되는 이야기를 듣고 앉아 있지 맙시다. 자리를 벗어나세요. 저도 화이팅 해야겠죠?
큰아버지가 뭐라하든, 3년 만에 만난 친척 아줌마가 뭐라하든, 시어머니가 뭐라하든,
흥- 뭐래-